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부분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전날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건네받고, 이날부터 의료 종사자와 고령자, 요양원 거주자 등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영국과 미국에 이어 EU에서도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도 머잖아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유럽에서는 지난 21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조건부 판매승인 권고를 받은 데 이어, EU 집행위원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EU는 이 백신을 약 3억 회분 확보하고 있으며, 인구에 따라 회원국에 분배한다. 앞서 EU 집행위는 화이자와 2억 회 투여분의 백신 구매와 추가 1억 회분 구매를 선택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EU 회원국들은 약속된 첫 백신 물량을 건네받아 대량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가동하게 됐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거센 독일은 전국 각지의 60개 백신 가동팀이 양로원과 요양원을 방문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독일은 팀당 하루 50명씩의 양로원과 요양원 거주자들을 접종해 내년 2월 초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와 스페인도 이날 장기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날 첫 백신 접종을 개시했으며,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싸워 온 의료진이 첫 백신 접종 대상이 됐다.
EU 회원국 지도자들은 이날 백신 접종 개시에 맞춰 일제히 환영의 뜻을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에게는 백신이라는 바이러스와 싸울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며 “다시 한번 굳건히 버텨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도 코로나19 백신을 ‘게임 체인저’라고 칭하며 “우리는 오늘이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아니라 승리의 시작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신 접종의 본격화는 코로나19 재유행 및 전염력이 더 강해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대륙에 있어 희망의 불씨가 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이달 중순 기준 EU 27개국에서 약 1400만 명의 누적 확진자와 33만6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들어서는 기존 바이러스 대비 70%가량 전염성이 더 강한 변종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덴마크,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위스 등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된 백신이 변종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우려를 다소 잠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