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을 품는다. 대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명령에 따라 요기요는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배달 앱 2위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독일 DH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의 합병에 대한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명령을 받아들인다”며 내년 1분기까지 합병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인수 의사를 밝힌 이후 1년여 만이다. DH는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지분 87%를 40억 달러(약 4조43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DH 한국 지사인 DH코리아가 배달 앱 점유율 2위인 ‘요기요’를 운영하고 있어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공정위는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진행해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액 기준 배민 점유율은 78.0%, 요기요 19.6%, 배달통 1.3% 등이다. DH코리아와 우아한형제들의 점유율만 99.2%에 달한다.
이날 공정위는 DH에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조건은 DH가 DH코리아 지분 100%를 6개월 내에 제3자에 매각하는 것이다. 기간 연장은 단 한 번만 가능하며 연장 기간은 6개월이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공정위의 이같은 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일 방침이다. DH는 홈페이지를 통해 “요기요를 포함한 DH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해야 한다”며 6개월 기한 내에 이행할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과는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을 아시아 총괄 합작사업본부장으로 선임해 협업에 나선다.
니콜라스 외스트버그 DH 공동 설립자 겸 CEO는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 결합 승인은 우리 회사와 배송업계 모두에 좋은 소식이며, 김봉진 의장을 우리 가족으로 맞이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도 “하지만 DH 자회사인 DH코리아를 해체해야 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언급했다.
우아한형제들도 “이번 기업 결합을 계기로, 앞으로 아시아 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내에서 배민의 성공 경험을 발판 삼아 세계로 뻗는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반면 DH코리아는 당혹스럽다. 당장 요기요를 누구에게 매각하겠느냔 것이다.
DH코리아는 “DH가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DH코리아를 매각해야만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점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확한 현황 파악 및 향후 구체적인 계획 수립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요기요의 몸집이 큰 만큼 IT 대기업이나 사모펀드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요기요는 현재 배민에 이어 배달 앱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이 높은 만큼 인수 금액도 2조 원 규모일 것으로 점쳐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기업이니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