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세종 주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세종은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노선에서 벗어난 단지들의 미분양이 흔했다. 집값, 학군은 화두로도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투기수요 유입과 함께 집값이 급등하면서 세종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장(최고가 아파트)’, ‘국평(국민평수, 84㎡)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집값을 띄우기 위한 타 단지 비방도 난무했다. 학군 논란도 이런 상황의 연장선에 있었다.
임대주택을 둘러싼 갈등은 학군에 그치지 않는다. 서민 동네 이미지 고착화와 집값 하락을 우려한다며 임대주택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용산구와 서초구, 마포구, 경기 과천시 등이 대표적이다. 마포구의 경우, 상암동 임대주택 건설을 놓고 지역구 국회의원(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나서서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들에 비하면 학군 조정은 사소한 문제다.
임대주택 갈등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혐오’다. 단순히 집값 문제를 넘어 임대주택과 ‘동일집단’으로 묶이길 거부하는 풍토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거(휴먼시아거지)’, ‘주거(주공아파트거지)’, ‘빌거(빌라거지)’, ‘호거(호텔거지)’ 등의 혐오표현이 단적인 사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혐오를 달리 표현하면 위계화”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특정 사람들을 동일집단으로 묶고 그 집단을 본인이 속한 집단의 아래에 둠으로써, 본인들의 피해의식을 해소하거나 우월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설 교수는 “혐오에는 ‘저 사람들은 우리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외국인 혐오만 봐도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사람들을 ‘외노자’(외국인노동자)로 묶어 혐오하지, 유럽이나 미국인들을 혐오하지 않지 않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