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증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일 폭락하다 역사상 최단 시간 내에 'V자형' 급반등을 보이는 등 롤러코스터와 같은 한해였다. 세계 주요국 중앙 은행의 기록적 '돈 풀기'로 유동성이 증시에 몰렸고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웠다. 외국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980년 코스피 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매수세를 보였다. 증시 폐장을 하루 남긴 29일은 배당락에도 코스피 지수는 강세 출발하며 28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한국 증시는 역대 기록이 많아 숫자로 정리해 봤다.
지난해 2041.04로 한해를 마쳤던 코스피 지수는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1439.43까지 붕괴했다.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는 공포에 휩싸였다. 3월 19일 코스피의 종가는 지난 2009년 7월 17일(1440.10) 이후 10년 8개월여 만에 최저치였다. 아울러 코스피 낙폭도 133.56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16일의 126.50포인트 하락이다. 코스닥도 장중 419.55까지 무너졌다.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하며 증시를 잠시 멈추는 조치들이 발동했다. 지난 3월 13일과 19일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장중 8% 이상 급락해 주식시장과 주식 관련 선물·옵션 시장의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스가 발동됐다. 코스피에는 사이드카 조치가 이뤄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001년 이후, 코스닥시장에서는 2016년 이후 처음이었다.
코로나19 충격에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는 30거래일째 이어졌다. 이는 역대 최장인 2008년 6월 9일∼7월 23일 33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순매도 기록이다.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23조8900억 원가량을 내다 팔았다. 2007년 24조7100억 원, 2008년 33조6000억 원을 내다 판 이후 최대치다. 코스닥에서도 1조7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개인투자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해 증시가 코로나19를 딛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였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한 자금은 코스피 45조7999억 원, 코스닥 15조 9508억 원 등 총 61조7507억 원에 달했다. 종전 최대치인 2018년 10조9000억 원(코스피 7조 원, 코스닥 3조8000억 원)의 6배에 이르는 규모다.
일평균거래대금은 22조7000억 원을 2018년(11조5000억 원)의 2배 수준에 달했다. 또 주식거래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4.8%에서 올해는 76.2%로 11.4%포인트 증가했다. 여기에 개인들이 올해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 금액 192억 달러(약 21조 원)를 포함하면 순수하게 개미들의 힘으로만 국내외 증시에 117조 원의 ‘머니 무브’가 일어난 셈이다.
올해 들어 고객 예탁금 역시 1월 초 29조 8599억 원에서 이달 23일 기준 63조 3266억 원으로 34조 4668억 원(54%) 순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국내 증시로 이동시킨 자금만 96조 2175억 원에 달했다.
1400선까지 미끄러졌던 코스피는 'V자형' 반등을 시도하더니 9개월 만에 2배 가까이 올라서 2800선을 넘어섰다. 29일 배당락에도 코스피는 개인의 매수세에 힙입어 2820.51에 거래를 마치며 올해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에 3000선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3000 돌파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1400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회복하는 데는 개인투자자들 즉 동학 개미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고 향후 3000을 돌파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증시에 뛰어들면서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투자가 대폭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한 미주지역 해외주식 결제 대금은 1499억 달러(약 165조4147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7억 달러보다 441% 증가했다.
해외주식투자 상위 50개 종목을 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순매수 규모가 32억6264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애플(17억4096만 달러), 아마존(8억6404만 달러), 엔비디아(6억8607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4억6098만 달러) 순이었다. 올해 서학 개미의 전체 순매수액이 1033억8352만 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68%가 상위 1~5위 종목에 몰린 셈이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는 84개(스팩 제외)로 18년 만에 가장 많았다. 공모가 대비 이달 24일까지 이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65.1% 집계돼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103개사로 집계됐다. 일반 기업 59개, 기술특례 기업 25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19개 등이다. 스팩을 제외한 상장 기업은 총 84개사로 2002년(88개)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최대치다.
올해 코스닥 신규상장을 통한 공모금액은 약 2조 6000억 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으며 공모 규모가 가장 컸던 기업은 3840억 원을 공모한 카카오게임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