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책임소재를 두고 서울시와 법무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말 수용자 중 첫 확진자가 나온 후 전수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독단적으로 방역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761명이다.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가족으로부터 감염된 이후 이달 26일까지 527명, 28일에는 23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확진자 233명은 수감자다. 시설 관계자 등 접촉자를 포함해 총 7859명을 검사했고, 최초확진자를 제외하고 양성 760명, 음성 7099명이다.
동부구치소는 전형적인 '3밀 시설'인 탓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다. 뿐만 아니라 불량한 환기 구조와 수용자가 많아 이른 시간에 확진자가 쏟아졌다. 확진자와 비 확진자를 분리할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구치소 내 과밀도를 낮추기 위해 28일 확진자 345명을 경북 북부 제2교도소로 이송했다"며 "동부구치소를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해 확진자 중심의 치료, 관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확진 수용자는 다른 곳으로 이송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14일 수용자 중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법무부는 전수검사를 하지 않았다.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외부병원 경계감호 근무자가 수용자들과 밀접접촉한 사실이 확인되자 이틀 후에야 전수검사를 했다.
이후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법무부는 서울시와 송파구에 책임을 돌렸다. 법무부 측은 "역학 조사 시 수용자 전수검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에서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자체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추진하기는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긴다"며 법무부의 태도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집단감염 관련 전수조사 건은 동부구치소와 수도권 질병대응센터, 서울시ㆍ송파구 4개 기관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의된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14일 4개 기관 관계자들은 확진자와 시설 관리계획에 대해 논의했다"며 "그 결과 '직원 전체와 접촉 가능성이 큰 수용자'부터 검사를 하고 추후 전수검사 일정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틀 뒤인 16일 수도권 질병대응센터 주재하에 서울동부구치소 상황본부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구치소뿐 아니라 서울시ㆍ송파구, 수도권 질병대응센터 등 관계기관 전원이 '직원과 수용자 전수 일제검사'가 필요하다고 합의했다"면서 "이에 따라 전수조사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감염 초기 전수조사는 환자 발생 여부 등을 토대로 검사 범위를 4개 기관이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법무부의 주장처럼 서울시와 송파구가 독단적으로 방역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