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빛낸 인물] K방역 최전선 지킨 '희망 백신' 백의 천사

입력 2020-12-31 08:45 수정 2020-12-3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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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문 병원 파견 간호사들의 하루

“환자 폐 만신창이… 최전선서 본 코로나 정말 무서워”
쪽잠자고 배달음식으로 끼니…의료진 점점 지쳐가
안타까운 죽음에 가슴아파…"반드시 이겨낼 것"

▲신초아(가명)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던 중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신초아(가명)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던 중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일 주문처럼 되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의료 현장은 ‘아비규환’이지만 반드시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사투, 우리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나도 감염될 수 있다. 무섭지만 견뎌야 한다. 쪽잠을 자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있지만 가족, 이웃을 지키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코로나19 의료진이 사선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 이투데이는 올해를 빛낸 이 시대의 영웅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기도에 있는 한 코로나 전문 병원 파견 간호사 4명에 대한 서면 인터뷰를 토대로 의료진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신초아(가명) 간호사는 출근길 내내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침 6시 30분 병원에 도착해 방호복을 착용했다. 방호 헬멧을 쓰고 있으면 작은 소리도 요란하게 들릴 때가 있다. 두꺼운 방호복과 함께 2~3겹 낀 장갑 때문에 촉각이 무뎌져 불편하다. 근무 교대를 위해 신속히 간호사 스테이션(업무공간)으로 들어간다. 잠깐의 대기시간에 병동 상황이 나오는 모니터를 주시하며 동료들과 오늘 환자들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곳 중환자실에서 어제 환한 미소를 보였던 중년 남성이 오늘 갑자기 사망했다. 이틀 전에는 두 살, 여섯 살 두 자녀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이 여성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걸리면 어떡하냐”며 내내 자녀들 걱정만 했었다. 안타깝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1~2일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날이 추워질수록 증상이 심각한 중증 환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증상 악화로 사망에 이르는 주 연령대도 80대 이상 고령자에서 50대까지 낮아졌다.

젊은이들도 안심하면 안 된다. X-RAY를 찍은 한 환자는 20대 후반이란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폐가 망가져 있었다.

중환자실에서 본 코로나19는 무서운 감염병이다. 때론 두렵다. 올해 중순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때 얇은 ‘덴탈 마스크’ 한 장 쓰고 코로나19 환자를 돌본 적 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코로나19 환자는 증상이 갑자기 악화한다.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은 발병 초기 산소포화도가 떨어져도 본인은 느끼지 못한다. 산소포화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중환자실로 오는 중증 환자들은 갑자기 엄청난 호흡곤란을 느끼면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게 된다.

정신적인 고통이 더 괴롭힐 때가 있다. 간호학은 환자와 의료 상황에 대해 감정 이입을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이렇게 임종만 지키려고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데….’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아픈 일이다. 나로서 족하다. 코로나19, 이겨내야 하고 이겨 낼 수 있다..

▲최하나(가명) 간호사가 의료 기기를 조작하고 있다.
▲최하나(가명) 간호사가 의료 기기를 조작하고 있다.

“간호사는 하녀가 아닙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1~2일에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날이 추워질수록 중증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증상 악화로 사망에 이르는 주 연령대도 80대 이상 고령자에서 50대까지 낮아졌다. 젊은이들도 안심하면 안 된다. X-RAY를 찍은 한 환자는 20대 후반이란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폐가 망가져 있었다.

중환자실에서 본 코로나19는 무서운 감염병이다. 코로나19 환자는 증상이 갑자기 악화한다.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은 발병 초기 산소포화도가 떨어져도 본인은 느끼지 못한다. 산소포화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중환자실로 오는 중증환자들은 갑자기 엄청난 호흡곤란을 느끼면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게 된다.

때론 두렵다. 올해 초 다른 일반 병원에서 근무할 때 얇은 ‘덴털 마스크’ 한 장 쓰고 돌본 환자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적도 여러 번 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의료 현장에서 바라본 동료들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인력 지원이 시급하다. 특히 중환자실의 각종 의료장비에 숙달된 의료진이 늘어야 한다.

정신적 고통이 더 괴롭힐 때가 있다. 간호학은 환자와 의료 상황에 대해 감정이입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말처럼 쉽지 않다. ‘임종을 지키려고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데….’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코로나19, 이겨내야 한다. 아니, 이겨 낼 수 있다

“어이, 아가씨! 나 이제 다 나았다니까. 일반 병동으로 보내 달란 소리만 벌써 몇 번째야? 간호사 주제에… 당장 의사 불러와!”

최하나(가명) 간호사가 중환자실에 들어서자마자 한 환자가 신경질을 부린다. 정말 몸 상태가 좋아져서 그런 것일까. 생체신호모니터를 보니 산소포화도가 계속 위험한 수준이다. 환자에게 이를 알리고 진정시키는 와중에도 그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중환자실은 증상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많다.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환자들 중에는 모욕적인 언사을 내뱉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잠시 후 담당의가 회진을 왔다. 상태를 묻자 이 환자는 “선생님 덕에 편안한 밤이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방금까지 화를 냈던 이중적인 태도에 당황스러웠지만 ‘아파서 예민해졌겠거니’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할 일을 한다.

옆 병상에서 다른 환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산소호흡기를 빼더니 당장 화장실에 가서 지갑에 있는 현금을 확인해야겠다고 소리를 지른다.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막무가내다.

“XX, 내가 환잔데 환자 말대로 해야지!”

환자는 욕설을 하기 시작했고 산소포화도 수치가 더 낮아졌다. 동료 간호사까지 총 4명이 30분가량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겨우 호흡기를 씌웠다.

모든 환자가 무례하지 않지만 드문 일도 아니다. 그럴 때면 2~3배로 힘이 든다.

스테이션으로 이동해 업무를 보던 중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온다. 중환자실 C룸에 입원해 있는 김복동(가명) 환자의 아들이다. 그가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한다.

김복동 환자는 수면 부족과 섬망증세를 겪고 있다. 섬망증은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의 환자가 신체 질환을 앓을 때 사고장애나 환각, 착각, 비현실감 등의 장애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환자는 불안감 때문인지 밤새 소리를 지르고, 가족에게 전화해 ‘병원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자주 했다. 불안한 아들은 자주 전화를 한다. 매번 상황 설명을 하지만 온전히 믿지 않는다. 정상적인 치료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보호자를 안심시키는 방법밖에 달리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최 간호사가 동료 3명과 함께 담당하고 있는 중환자는 모두 14명. 최근 간호사 2명이 충원됐지만 1명당 담당하는 중환자 수는 3~4명 수준으로 일반 병원(2~3명)보다 많다. 날이 추워지면서 중증도가 높아진 환자들이 많아 일손이 부족하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의 반복이다. 추가 인력이 절실하다.

▲가두리(가명) 간호사가 환자 현황을 정리하고 있다.
▲가두리(가명) 간호사가 환자 현황을 정리하고 있다.

고용 불안 파견 간호사…완치 환자보며 보람

가두리(가명)·김삼순(가명) 간호사는 정신없는 일과를 마치고 오후 3시 10분께 퇴근을 준비한다. 내일은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 근무다. 근무는 3교대로 이뤄지지만 근무 경험 등이 고려돼 시간대는 제각각이다.

퇴근을 앞두고 긴장이 풀리니 피로가 몰려왔다. 의료 인력은 현재의 상황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중환자 병동에 경험이 없는 간호사가 배치되는 등 인력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환자실의 경우 의료 장비가 많아 실제 기기를 사용해본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몸과 마음을 더욱 지치게 한다.

이들이 파견 간호사로 이곳에 간 것은 보람과 사명감 때문이다. 일반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며 마음을 다해 간호한 환자들이 주렁주렁 달고 있던 의료 장비를 하나둘씩 떼고 일상생활에 가까워질 때 느꼈던 희열을 잊지 못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대부분의 동료 간호사들과 같은 이유다.

직업으로써 파견 간호사는 매우 불안정하다. 근로계약 자체가 한 달 단위로 이뤄진다. 당장 다음 달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 일부 파견 간호사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 이전에 계약 종료 통보받았다가 다시 복귀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언제든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보다 한 명이라도 더 완치될 때 보람이 크다.

오늘은 힘든 날이다. 한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더는 치료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만났다. 임종 직전의 환자들은 의료진과 같은 보호구를 모두 착용하고 1회에 한해 면회가 허용된다. 병상에 커튼을 쳤지만 가족들의 슬픔까지 가리지는 못했다. 오열하는 가족들을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그만큼 무서운 감염병이다.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내년 크리스마스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바라본다. 퇴근길, 동료 간호사와 ‘매운맛 끝판왕 떡볶이’로 허기를 달랜다. 몸을 짓누르는 스트레스와 피로를 날려버리기에 이만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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