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이 움직이자 소비자들도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활황인 가운데 유통 소비재 기업의 오너 경영진이나 대표이사까지 일명 ‘라방’, 유튜브 채널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영진이 가진 영향력으로 자사제품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소통을 강조한 친근한 이미지를 노출해 기업 리브랜딩에 성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벌써 두 차례 연달아 자사 브랜드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이마트LIVE 채널의 ‘정용진 부회장이 배추밭에 간 까닭은?’과 스타벅스 유튜브 채널 스벅TV의 ‘한국에 스타벅스 들여온 사람이 정용진 부회장(형이 왜 거기서 나와?)’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직접 배추를 캐고 수확한 배추로 요리하는가 하면, 본인이 스타벅스에서 즐겨 마시는 ‘최애음료’를 언급하고 바리스타한테 커피 테이스팅을 배우기도 한다.
유통가 라방 콘텐츠가 ‘회장님’ 카드를 꺼내든 전략은 주효했다. 실제 오너 경영진이 출연한 영상 콘텐츠마다 매출 성과로 이어진 효과가 확실했던 것.
정용진 부회장이 스벅TV에서 즐겨 마시는 음료로 꼽은 △자몽 허니 블랙티 △제주 유기농 말차로 만든 라떼 △나이트로 콜드 브루 △콜드 브루 중 나이트로 콜드브루는 ‘정용진 음료’라 불리며 영상 업로드 이후인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매출이 직전 2주보다 3배가량 급성장했다.
BBQ 판매실적 역시 라방 방영 당일에만 평균 기프티콘 판매액보다 51%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라방은 동시 접속자 수 8000명을 기록하며 카카오쇼핑라이브 개국 이후 처음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라면서 “접속자수 1000명이 넘을 때마다 새로운 방이 만들어지는데 개설된 채팅방 수도 개국 이래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경영진 라방은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해 기업 브랜드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뮤지컬 배우인 딸 함연지의 개인 유튜브 '크리스마스 특집'에 얼굴을 비쳤다.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지난 11월 다녀온 제주도 가족여행과 성탄절 당일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해먹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함 회장은 식사를 준비하며 최근 오뚜기가 출시한 '핫케이크 믹스'를 선보였다. 간편하게 흔들어서 먹는 쉐이크 믹스 제품을 직접 시연하며 팬케이크를 만들기도 했다.
롯데홈쇼핑은 올 상반기 이완신 대표 이름을 딴 ‘완신 라이브(완전 신박한 라이브)’를 진행했다. CEO와 직원들이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 여파로 불가능해진 오프라인 교류행사 대신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가 직접 신입사원 시절 에피소드를 전하거나, 직장선배로서 사회생활 팁을 전하며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대표이사가 직접 추천하는 롯데홈쇼핑 상품을 개봉하는 ‘언박싱 라이브’도 진행했다.
김한경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포털사업자, 유통업체,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너나없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출해 성장궤도에 올랐다”라면서 “중장년층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 새롭게 유입되고, 10~30세대 젊은 세대들이 동영상으로 쇼핑하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라이브커머스 수요는 급격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