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세 전쟁, 새해 다시 불붙는다

입력 2020-12-3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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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디지털세 징수 재개에 미국 보복관세로 맞대응
이탈리아·영국 등도 디지털세 징수 나설 듯
미국, 프랑스·독일 항공기 부품·와인 등에 추가 관세 부과 방침 발표도

▲유럽연합(EU) 깃발 앞에 있는 스마트폰에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로고가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 깃발 앞에 있는 스마트폰에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로고가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올 한 해 잠잠했던 글로벌 디지털세 전쟁이 새해에는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가 이미 디지털세 징수를 재개했으며, 유사한 세제가 발효된 이탈리아와 영국 등 다른 나라들 역시 수개월 안에 징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디지털세 데탕트(Detente·긴장 완화)’가 끝났다고 보도했다.

디지털세는 물리적인 고정사업장 없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을 영위하는 디지털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주로 미국의 IT 공룡인 구글, 아마존닷컴과 페이스북, 애플을 겨냥해 물리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가파(GAFA)세’라고도 불린다. 2019년 프랑스가 이를 도입하기로 하면서부터 국제사회에서 디지털세는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당시 프랑스의 도입 결정에 미국이 반발, 24억 달러(약 2조6000억 원) 상당의 프랑스 제품에 최고 10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갈등이 절정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올해 양측은 양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안에서 틀을 정하기로 하면서 휴전에 돌입했다. 이에 프랑스는 디지털세 과세를 1년 유예했으며, 미국은 추가 관세를 일단 보류했다. 문제는 양측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다국적 기업 과세 기준 마련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1년이 다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유럽 국가들의 세수는 줄어든 반면, 언택트(비대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수익은 증가하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버렸다.

프랑스는 아무런 성과 없이 데탕트 기간이 다 끝나자 디지털세 과세를 재개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애초부터 OECD에서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달부터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워왔다. 프랑스 당국은 이미 25일 과세 대상 기업들에 과세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디지털세 부과 재개 소식에 미국도 곧장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당장 내년 1월 6일부터 화장품, 핸드백 등을 포함안 13억 달러 규모의 프랑스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아울러 영국과 이탈리아, 인도, 스페인 등 디지털세를 도입한 다른 10개국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조처를 취하기 위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 했던 디지털세 분쟁은 새해 벽두부터 다시금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은 이날 디지털세와는 별개로 프랑스와 독일 항공기 부품 및 와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산 제품의 관세 부과에 적용한 기준이 불공정해 EU 측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맞대응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자국 수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적용한 데이터가 코로나19로 무역량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을 시점의 자료였으며, 이에 따라 과도하게 많은 제품에 관세가 부과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국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유럽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관세 부과 시기와 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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