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위드 코로나] 깊어진 고용·복지 크레바스…시대적 화두 된 ‘기본소득’

입력 2021-0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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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發 양극화의 그늘

비대면·디지털 경제 가속화로
소상공인·취약계층 더 큰 타격
정부, 전국민 고용·산재보험 속도
‘보편적 복지’ 재원마련 논의도

지난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노동시장의 약자에게 더 큰 충격을 가했다. 대면 서비스 업종에 가장 큰 충격을 주면서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판매직·임시일용직·자영업 등 취약 고용층의 고용·사회안전망(고용·산재보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한 해였다. 문제는 이들 대면 서비스 업종, 취약계층에 영구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마땅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하기엔 역부족이란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부상한 비대면 서비스와 디지털 기술 기반 산업의 성장이 올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신·구 산업의 재편에 따른 실직 충격 대응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4년 전 촛불혁명 이후 공정·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호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성장 불균형 현상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뒷걸음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국난 속에서도 모든 취업자가 실직과 산재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고용·산재보험을 적용받아야 하며 기존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기본 소득 도입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주문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체 취업자 2724만 명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52%(1430만 명)에 불과하다. 취업자의 절반 정도가 실직 시 생계 및 구직을 지원하는 고용보험 혜택을 못 받는 것이다. 취약계층의 고용보험 사각지대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일감 부족으로 소득이 줄거나 실직돼 생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이 급증하면서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 지난해 10월 업무 중 과로로 숨진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고(故) 김원종 씨를 계기로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20%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취약계층의 안전망 취약과 택배기사의 잇따른 과로사를 고려할 때 모든 취업자가 실직과 산재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고용·산재보험 의무 가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4대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 건강보험은 전 국민 보험이지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임금 노동자에 제한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올해부터 취약계층의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에 속도를 낸다. 고용보험의 경우 예술인(지난해 12월 적용)과 특고(올해 7월 적용)를 시작으로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가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5년까지 모든 취업자(2100만 명)가 고용보험에 가입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도 1일부터 본격 시행했다. 저소득 구직자, 미취업 청년, 중장년층, 경력단절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에게 최장 6개월 동안 월 5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고용·사회안전망을 뛰어넘는 기본소득 도입 논의도 생각해 볼 문제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제도다. 그간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 시대 도래 시 기존의 일자리 감소로 서민들의 소비 여력이 약해지고, 자본을 가진 특정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본소득이 거론돼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디지털 경제 성장 가속화에 따른 실직 충격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떠오르고 있다.

기본소득은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화두지만 수백조 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다면 기존 소득·재산세의 증세가 상대적으로 공평한 재원 마련이지만 지금의 중산층과 ‘유리지갑’ 월급쟁이만 과도한 부담이 가중되는 증세 마련은 한계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데이터세, 탄소세, 로봇세와 같은 새로운 세목을 신설을 통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세제를 도입한다면 오히려 기술혁신의 발목만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가 달라서 기존 복지시스템에서 증세를 통해 기본소득을 추가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복지시스템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것인지 이에 대한 접점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존 복지 수혜자의 양보가 전제된다면) 현행 복지제도를 조정하면 재정 부담 없이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며 “다만 기본소득 도입은 신중한 논의가 요구되는 만큼 일단은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 등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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