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코로나 팬데믹의 후유증, 경제적 불균형과 사회적 양극화

입력 2021-0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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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인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것이다. 마스크 없이 사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몇 달 남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퇴치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억눌렸던 사회생활이 정상화되면서 경제활동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해 경제전망도 희망적이다. 팬데믹에 충격받아 2020년 -3.8%로 역성장한 세계 경제는 올해 5.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도 작년의 1% 내외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 신년에는 3.2%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V자 반등의 경제 회복 기대감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주식 시장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풍부한 자금 유입과 공격적 매수세에 힘입어 작년 말 종합주가지수(KOSPI)는 1년 전보다 30% 넘게 폭등한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올해 역사적인 3000선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상승 추세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7.04% 상승, 2019년의 마이너스 1.5%와 비교해 대폭 올랐다. 지역적인 상승률은 훨씬 높아 세종시의 경우 무려 42.3% 상승했다.

희망적인 경제전망과 뜨겁게 달아오른 자산시장과 달리 아직 경제 저변은 암울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조치로 인해 매출이 증발해 버린 소상공인은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 긴급자금 대출과 재난지원금으로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는 대다수 소상공인은 경기 회복 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절멸의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9월 3400여 곳의 소상공인 업소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2.2%가 이미 폐업했고 50.6%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작년보다 올해 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에는 코로나 충격에 따른 금융권의 자금 지원 효과 덕분에 2019년보다 부실 징후 기업이 적게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 지원대책으로 미루어진 중소기업의 대출만기 및 이자상환 유예기한이 도래하는 올 3월부터는 부실 징후 기업이 급증할 것이다. 2020년 실적이 반영되어 신용등급이 평가되는 올해 3월에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시기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금융권 대출만기 연장으로 묶인 금액이 한꺼번에 몰리면 상당수가 혹독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정말로 잔인한 3월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대적 쇠퇴는 일자리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회복력의 건강성을 훼손하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KDI 보고서는 작년에 100만 개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했다. 대면 접촉에 의존하는 서비스 부문이 위축되면서 이에 종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올해에도 신규 채용은 줄고 기존 일자리는 계속 감소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30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채용을 작년보다 ‘줄이겠다’는 기업이 28.3%다. 여기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인력까지 가세하면 올해에 ‘일자리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경제의 기반을 형성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몰락은 중산층의 붕괴와 빈곤층의 증가로 이어진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사회빈곤층은 272만2043명으로 2019년 말 대비 약 28만5000명 증가하였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사회빈곤층이 최초로 270만 명을 넘어선 것은 매우 불길한 징조다.

자칫하면 2021년은 다수의 경제지표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기록을 깨는 해가 될 수 있다. 어느 편에 편승하느냐에 의해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가 뚜렷하게 나누어질 것이다. 업종, 자산, 직업에 따른 부의 쏠림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본 비대면 서비스업과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신산업은 엄청난 성장기회를 누리는 반면에, 방역조치로 타격받은 소상공인과 전통산업의 중소기업은 극심한 구조조정에 시달릴 것이다. 팬데믹이 4차 산업혁명의 물살을 빠르게 만들어 급진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중산층은 자산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경제력의 격차가 커질 것이다. 서민층은 직업의 유무에 의해 빈민층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팬데믹에 의해 야기된 쏠림현상은 그 폭이 크고 기간도 오래간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경제적 위기보다 심각한 경제적 불균형과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다. 2021년은 호황과 불황이 공존하는 해가 될 것이다. 혜택이 주어진 분야는 초호황을 구가하겠지만 소외된 분야는 재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불균형과 양극화가 확대되고 고착화되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구조적 불균형과 양극화를 완화하여 자원이 원활히 선순환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판 뉴딜이 혁신성장의 불꽃을 살린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경제적 기반이 붕괴된 혁신성장은 지속성이 없다.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에 전달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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