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그래도, 새해니까요

입력 2021-01-04 05:00 수정 2021-01-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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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평 금융부 차장

마스크 착용도 잘하고 대중교통 이용도 최소화하고 자발적으로 코로나 검사까지 받으며 새해를 맞으러 본가에 갔지만, 근처에 사는 조카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쉽기는 했지만 만나고 불안한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새해 덕담을 전했다.

코로나와 맞서 싸운 2020년은 너무 고단했다. 매일 아침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고 마스크는 한시도 몸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필수품이 됐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오래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모두가 지쳐 있다. 수많은 국민들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고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으며 고사 직전 위기로 내몰렸다. 위기 상황에서 여야 대립은 한층 심해졌다. 정경심 교수 재판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절차, 공수처 출범 과정에서 국민 분열까지 확산됐다. 코로나 방역을 두고도 백신 구입 등으로 여야가 맞섰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도 거리는 썰렁했고 2020년의 마지막과 2021년의 새해 시작을 알리는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도 67년 만에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어찌됐든, 2021년 흰 소띠의 해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소는 성실과 우직함의 상징이다. 느리지만 묵묵하게 할 일을 하는 이미지다. 특히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진 상서로운 동물로 평화와 여유를 상징하기도 했다.

신축년에는 얼마나 다양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올해와 같은 재난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새해 첫날, 집에서 영상으로 정동진에서 힘차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조용하게 신축년을 맞이했다. 해돋이를 보며 누군가는 건강을, 공부를, 금연을, 취업을 목표로 삼고 희망을 가질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로부터 해방돼 나와 가족과 이웃이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인권은 존중받고 공정과 평등이 살아있는 세상도 빌어 본다.

정부가 3일 종료 예정이었던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치와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을 17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3단계는 없지만 5명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전국으로 확대해 실시한다.

날짜가 바뀌어 새해가 된다고 당장 달라지는 건 없지만, 희망을 잃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새해니까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소망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새해에는 힘든 서민들을 두루 살피는 정치도 기대해 본다. 정부는 외국에 비해 늦은 백신을 최대한 조기 접종하는 데 총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 사사건건 여야가 부딪치지 말고 대화와 협치가 복원되기를 바란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는 계기도 마련되길 희망한다. 4월 보궐선거에서 국민은 누가 새 비전을 보여줄 적임자인지 제대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소띠의 해 신년사에 ‘우보만리(牛步萬里)’, ‘우보천리(牛步千里)’가 눈에 띈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 만리를 가면 좋지만 한 발짝만 전진해도 더 바랄 게 없겠다. 위기에 좌절하거나 멈춰 있지 말고 화합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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