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마지막 1년] GDP 성장률·수출 ‘선방’… 일자리 등 민생은 ‘미흡’

입력 2021-0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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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하향세 걷다 지난해 마이너스…OECD 국가 비교 땐 양호한 편

코로나 진단키트 2.5조 수출

수도권 아파트 두 자릿수 상승

작년 9개월 연속 취업자 감소

K뉴딜 160조 투입 반등 노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가리키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가리키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정부 전망 -1.1%)을 기록했다. 역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80년(-1.6%), 1998년(-5.1%) 단 두 차례였다. 문재인 정부 4년 경제성적표는 GDP만 보면 2017년 3.2%에서 2018년 2.9%, 2019년 2.0%로 줄곧 하향 추세였다. 2020년에는 2.4%로 반등을 꿈꿨지만 코로나19는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는 3.2%로 깜짝 반등을 노린다.

◇거시경제는 상대적으로 선방 = 2020년 경제를 종합하면 거시경제는 선방했다. 2020년 성장률 -1.1%는 국내에서 볼 때는 외환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이 -3.7%, 일본 -5.3%, 독일 -5.5, 프랑스 -9.1%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세계 경제규모 순위도 2019년 12위에서 10위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투입은 주요 20개국(G20)이 GDP 대비 평균 6.6%였으나 우리나라는 3.5%였다. 적게 투자하고 큰 효과를 본 셈이다. 수출도 코로나19에 따른 극심한 글로벌 교역 위축 속에서도 반도체와 신산업 등을 중심으로 선방하면서 세계 7위 수출국 위상을 유지했다. 2019년 7월부터 이어진 일본의 수출 규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보복 조치에 일부 경제 타격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잘 이겨냈다는 평가다.

3차 재유행으로 다소 초라해졌지만 K방역은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한국산 진단키트가 지난해 1~11월 세계 170여 개 국가에 2조5000억 원어치 수출되는 호황을 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대한상공회의소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를 겸해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전 세계가 어려운 가운데 우리 경제는 정말 잘해왔다”며 “가장 큰 수확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높인 것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부동산·일자리 등 민생 해결 못 해 = 촛불시위로 탄생한 정부지만 민생문제 해결에는 서툴렀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집 걱정을 하게 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전국 집(아파트·빌라·단독주택 포함)값은 6.89%나 올라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11.60%)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10.8% 급등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등이 지난해의 부동산 키워드로 대부분 ‘패닉바잉(공황구매)’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산다)’을 꼽았다. 젊은 층 사이에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며 ‘영끌’을 해 집을 사는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04%, 서울 기준으론 10.06%나 올랐다. 10년 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시장에선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소위 임대차3법(임대차 거래신고 의무제·계약갱신 청구권 부여·임대료인상률 상한 규제)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 정작 집 걱정을 더 하게 한 셈이다.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 청와대에 상황판까지 설치했지만 꼬꾸라졌다.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연속 취업자가 감소해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기록을 경신했다. 전체 실업률은 3.4%였지만 청년 체감실업률은 25%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의 눈물의 폐업도 이어졌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2020년 1~11월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약 18만 명 줄었는데 이 중 자영업자는 7만6000명이 줄어 약 42%를 차지했다.

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2.4%로 전년 같은 기간인 2019년 3분기의 11.5%보다 10.9%포인트나 상승해 2013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상가 건물의 공실률이 상승한다는 것은 기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로 반등 꾀하나 =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와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겠다며 새 국가발전 전략으로 내세운 게 이른바 ‘한국판 뉴딜’이다. 2025년까지 국고 114조 원을 직접 투자하고 민간과 지자체까지 포함해 약 160조 원을 투입,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고 신재생에너지 같은 녹색인프라 구축 및 녹색산업 육성, 고용·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레임덕이 본격화되는 임기 말에 사실상 첫 사업을 시작하는 등 제대로 힘을 받기가 어려운 구조라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 시기를 차세대 경제사회 구조로 재편을 갖출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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