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업계 총수들의 신년사 키워드는 '고객'과 '성찰' 두 가지로 압축된다. 지난해 유통업계를 할퀴고 간 코로나19 속에서도 변화하는 고객 니즈 파악과 이에 따른 기민한 대처는 생존, 나아가 일정 영역에서는 성장을 가능케 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의 취약한 부분이 뼈아프게 드러난 만큼 이를 되돌아보고 위기 대응전략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임직원을 독려하면서도 위기 대응에 대한 성찰을 강조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직원의 사기를 높이면서도 사업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신년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해 악전고투의 현장에서 마스크 위로 보이던 여러분의 눈빛에서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결의를 읽었다”며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할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유례없는 상황에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보자”고 했다.
이어 신 회장은 “그간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지금껏 간과했던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자”며 “주변 위험요인에 위축되지 말고 각 회사가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4일 신년사에서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고객을 향한 불요불굴(不撓不屈) △구성원간의 원활한 협업과 소통 △다양성을 수용하는 조직문화 등 세 가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정 부회장은 ‘결코 흔들리지도 굽히지도 않고 목표를 향해 굳건하게 나아간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불요불굴’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불요불굴의 유일한 대상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 정 부회장은 "고객의 바뀌는 요구에 ‘광적인 집중’을 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대담한 사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신년사 역시 반성과 성찰에 힘이 실렸다. 손 회장은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그룹이 외부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초격차 역량에 기반한 구조적 경쟁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음을 확인하게 됐다”며 그룹의 현주소를 진단하면서 “올해 경영 환경도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손 회장은 위기 속 도약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021년을 최고 인재, 초격차 역량 확보와 미래성장기반을 강화하는 혁신 성장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루고,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CJ그룹은 도약을 위해 올해 ‘패러다임 시프트 경영방침’을 전사 차원에서 공유하고 실천할 계획이다. CJ그룹은 구체적으로 △‘파괴적 혁신’을 통한 시장 선도 △초격차 핵심 역량 구축을 통한 구조적 경쟁력 확보 △최고 인재 육성과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새해 경영 화두로 '고객 본원적 가치' 발굴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변화하는 고객 가치에 맞게 사업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경영 방점을 '고객'에 찍었다.
정 회장은 3일 신년 메시지를 통해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가치를 찾아 사업 프로세스와 일하는 방식을 바꿔 미래 성장을 준비해 나가자"고 했다.
이어 “고객 입장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지, 고객의 ‘페인 포인트’와 가장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고객의 본원적 욕구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본원적 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사업 프로세스'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