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항만을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

입력 2021-0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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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해양수산부 차관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꼽히는 호주 시드니항에는 오페라하우스, 하버 브리지와 함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하나 있다. 바로 ‘달링하버(Darling Harbour)’이다. 아쿠아리움, 시드니 야생동물월드, 국립해양박물관, IMAX 영화관 등이 자리잡고 있어 지역주민들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이다.

한때 이곳은 조선소와 곡물, 석탄 등의 산적화물을 하역하던 오래된 창고, 그리고 방치된 철도시설이 위치한 곳이었다. 과거 해상교통의 중심지로 도시성장을 이끌던 이곳은 세계 해상화물의 중심이 산적화물에서 컨테이너로 이동함에 따라 경쟁력을 잃고 낙후됐었다. 지저분하고 퇴락해 천덕꾸러기가 된 도심 속 항만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항만재개발 사업이 시작됐고, 그 결과 지금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도심 공간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1968년 최초의 항만재개발 사업인 미국 볼티모어 이너하버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 많은 항만 도시들이 항만재개발을 추진해왔다. 우리나라도 부산항, 인천항 등 오래된 역사를 가진 항만의 재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선, 2007년 항만재개발법 시행 후 첫 번째 사업으로 2008년 시작된 ‘부산북항 재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며, 인천 내항도 일부 개방되어 재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항만재개발사업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익성을 중심으로 대형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지역 주민들의 품으로 항만을 돌려준다는 사업 취지가 훼손되기도 하고, 중·소형 사업들은 낮은 사업성으로 추진이 지연되기도 했다. 국가 주도의 사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자체와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바로 성공적인 항만 재개발을 위한 숙제라 할 수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14년간의 항만재개발 정책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항만재개발 방향을 담은 ‘제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번 계획은 ‘항만과 도시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10년간 약 6조8000억 원을 투입, 총 19개 유휴 항만을 새로 단장해 시민들의 품에 돌려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주민과 지자체의 참여를 기반으로 공공의 이익이 되는 새로운 신개념의 항만재개발을 정착시키려고 한다.

먼저, 주민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계획 수립부터 시행까지 항만재개발 전 단계에서의 시민참여를 제도화한다. 지역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인 지역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을 제도화하는 한편, 사업시행자 지정, 협상 진행 등 사업 추진 단계별로 주민공청회, 공개설명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항만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지자체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한다.

수변공간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공장소로 조성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 이러한 원칙을 담은 경관 확보와 공공시설 설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개발이익은 지역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여건이 마련된 항만재개발 사업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유연하게 법령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공성은 확보하면서 사업성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는 것이다.

사업 대상지도 추가한다. 부산 북항, 인천 내항, 광양항 묘도 투기장 외에도 군산항 금란도 매립지, 울산항 매암동 매립지 등 3개 사업을 신규로 편성한다. 군산항 금란도 매립지에는 생활체육시설과 대규모 공원이 들어설 계획이며, 울산항 매암동 매립지에는 전시·관람시설, 숙박시설들이 도입돼 해양관광거점으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탁 트인 바다를 보고, 느끼고, 즐기며 살아가는 것은 모든 사람이 꿈꾸는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수출이 국가 경제의 주력인 우리나라에서 열린 바다는 대부분 항만이 먼저 자리해 시민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 이번 제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이 더는 사용되지 않는 항만을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줘 더 많은 사람이 탁 트인 바다를 누릴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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