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시진핑, 마윈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입력 2021-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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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 차장

중국 최대 부호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설립자에게 지난해만큼 ‘호사다마(好事多魔·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해는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마윈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면 올해는 아예 추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중국 ‘IT 굴기’를 주도했던 마윈에게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알리바바 자회사인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은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었고 블룸버그통신 등 세계 언론매체들은 마윈이 앤트그룹 IPO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지 계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마윈은 입 한번 잘못 놀렸다가 순식간에 궁지에 몰렸다. 지난해 10월 말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 포럼에서 “당국의 금융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있는 자리에서 간 크게 정부를 비판한 마윈은 이후 엄청난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당국이 직접 마윈을 불러 호되게 질책했으며 앤트 IPO는 갑자기 무산됐다. 알리바바와 앤트는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됐다. 더 나아가 정부는 아예 앤트를 쪼개버리려 한다.

마윈이 중국 최고의 부자이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IT 업계 거물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한낱 ‘빈대’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마윈과 알리바바, 앤트가 빈대라고 보기에는 너무 커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단지 정부와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민간기업의 숨통을 끊으려 한다면 이후 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혁신이 나오겠는가.

마윈에 대한 당국의 견제와 제재는 단순히 그의 기업 제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마윈의 신변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가 마윈에게 중국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는 마치 마윈을 언제라도 구속할 수 있게 해외 출국을 아예 막아놓는 것처럼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관리들과 기업 임원들은 “이는 단순히 마윈의 개인적인 몰락이 아니다”며 “테크 거물들의 과도한 힘에 시 주석이 인내심을 잃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행보가 중국 지도부에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홍콩 투자업체 프리마베라캐피털그룹의 프레드 후 설립자는 “절대적인 통제권을 갖거나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경제를 가질 수 있다”며 “그러나 둘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마윈과 텐센트홀딩스의 마화텅 등 중국 IT 거인들은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공룡들과 마찬가지로 작은 경쟁사를 인수하고 때로는 괴롭히면서 혁신을 저해했다. 당연히 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미국 정부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을 제소하기 전까지 1년이 넘게 조사했다. 알리바바와 앤트에 대해 중국 당국이 압박에 나서기 전에 이와 비슷한 행동을 취했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21세기 중국에서 황제의 비위를 건드렸다가 귀양 가는 신하가 떠오르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모습이 더는 없어야 한다.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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