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크게 위축됐다. 기업은 성장세가 꺾였고 일부는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간신히 버티는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상황도 고려해야 하는 과제도 짊어졌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위해 기업의 ‘리질리언스’(회복력)를 주목한다.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이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우리는 이전과 달라진 일상을 마주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면서 집은 거주 공간에서 삶과 일터로 변모했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집을 품은 도시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을 대안으로 꺼내 들었다. 도시재생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는 ‘지역 중심 순환경제’와 지향점이 같다고 판단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020 서울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로 세계는 물론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고 있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중심의 서울 도시재생은 우리 동네, 근거리 지역의 경제적 순환을 촉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커뮤니티 회복과 성장이야 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시정책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틀은 가져가되 새로운 시대에 맞게 세부적인 기준은 새로 세워야 한다. 집과 도시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여러 갈등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인 장상기 의원은 “주거환경 개선과 공동체 보존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절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거재생지역은 대부분이 저층 주거지가 밀집된 지역으로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빈집과 소규모주택정비특례법에 따른 가로주택사업이 병행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염성이 큰 ’밀집’을 피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가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 워크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 출근은 하지 않지만 모바일 기기로 자리에 앉은 것처럼 일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부터 스마트 워크 체제를 발 빠르게 도입했다. 서울 서대문ㆍ종로, 경기 판교ㆍ분당 등 수도권 4곳에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단축돼 업무 효율과 만족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일석삼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모바일 PC, 화상 회의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출근하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다.
공직 사회에서도 스마트 워크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공무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 센터가 전국 17곳에 설치돼 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광역이나 시군구 기초 공무원들이 이용할 수 있다. 공공기관도 이용기관으로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스마트 워크를 할 수 있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을 합쳐서 총 332곳이 이용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서울시 직원은 “서울청사 스마트 워크 센터 이용률이 9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나 청와대나 외교 국방안보 협의 사항이 있을 때 서울청사가 일종에 거점이 되기 때문에 거기서 일을 많이 한다”며 “공무원들도 이전보다는 일하는 장소나 환경이 유연해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국가와 기업은 생존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먼저 ‘리질리언스’로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첫 퍼즐이다.
리질리언스는 란제이 굴라티 미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미래의 기업 경영 핵심에 리질리언스가 있다”고 말한 뒤 화제가 됐다. 경영ㆍ경제학에서는 위기 전 모습을 회복한다는 뜻보다는 위기에 대응하면서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리질리언스 체질을 갖춘 정부와 기업이 경제적 과실을 가져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KOTRA 베이징ㆍ상하이 관장을 역임한 김상철 동서울대 교수는 “내년 세계 경제 화두는 리질리언스가 될 것”이라며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에 따라 탄력받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복력을 얼마나 갖추고 기류에 편승하느냐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쟁에서 무기가 될 리질리언스 체질 변화를 위해 기업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기업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며 “기업이 열매를 가져와야 고용도 창출되고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복기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파이를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