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영원한 스테디셀러 ‘TV의 반격’

입력 2021-0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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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14’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벤더블(bendable)’ TV를 혁신 제품으로 공개했다. TV 역사상 처음 등장했는데, 화면을 휘게 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두 업체는 여러 사람이 시청할 경우 화면을 평평하게 하고, 혼자 몰입도 있게 시청하려면 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요즘 인기 있는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를 생각하면 된다.

깜짝 등장한 벤더블 TV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대부분 가족이 시청하는데 화면을 휘게 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소비자들은 판단했다. 바로 이듬해부터 삼성과 LG 모두 생산을 멈췄다.

온 가족이 시청하는 TV를 휘게 만들 정도로 당시 TV 시장은 당시 어려웠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영상 시청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TV 시장은 점점 쇠퇴할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다.

당시 LG경제연구원은 ‘태블릿PC 확산,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보고서에서 “태블릿PC 확산에 앞으로 TV와 PC는 일부 기능이나 크기에 특화한 형태로만 남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벤더블 TV는 혁신 기술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TV 업체의 고육책이었다.

벤더블 TV를 발표하기 바로 전 해인 2013년. 일본 파나소닉은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공장을 폐쇄하고 이를 매각하기로 했다. 같은 해 소니도 TV부진으로 인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인력과 비핵심 자산을 줄였다.

삼성과 LG전자 역시 부진한 TV 매출을 기록하며, 인력재배치와 조직 개편 등에 나섰다.

그로부터 7~8년이 지난 지금 벤더블 TV는 사라졌지만, TV는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부침은 있었지만, TV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태블릿PC, 스마트폰같은 모바일 기기와 융합되면서 대화면의 효용성이 더 두드러졌다.

TV 화면을 돌려 스마트폰의 세로 화면을 최적화된 대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한 삼성전자 '더 세로' 등 아이디어 제품도 인기를 얻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판매량은 2억2383만대로 전년(2억2291만대)을 웃돌 전망이다. 2015년(2억2621만대) 이후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집콕’ 수요는 TV 판매를 촉진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TV를 사려는 소비자가 늘었다. 특히 대형·고화질 TV의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QLED(퀀텀닷 디스플레이) TV와 LG전자 올레드(OLEDㆍ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지난해 판매 대수는 각각 전년 대비 50%, 20%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대형 TV일수록 성장 폭은 컸다.

올해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열리는 CES 2021의 주인공 역시 TV다. 올해는 미니LED TV를 중심으로 마이크로LED, 롤러블 TV 등 다양한 제품이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다. 소니를 넘어선 후 삼성전자는 15년 연속 세계 TV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LG전자 역시 올레드 TV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집과 일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곧 쇠퇴한다던 TV의 반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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