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꼬리잡기] 헬스장이 영업 강행하면서까지 집합금지 방침에 반발하는 이유는?

입력 2021-01-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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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실내 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가 2주 연장되면서 일부 헬스장 업주들이 이에 반발하는 일명 '영업 시위'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5일 실내 체육시설 집합 금지는 방역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양측 간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 업주와 종사자들의 반발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으로 이달 17일까지 집합금지 등 영업 제한 조치가 연장된 실내 체육시설 가운데 헬스장 업주들은 방역 조치의 오락가락한 기준을 문제 삼고 있다. 같은 실내 체육시설이면서도 태권도·발레 학원에는 영업을 일부 허용하는 등 형평에 어긋난 기준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4일 경기도 포천시에서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이 자신의 헬스장 문을 열자 경찰이 출동해 체육관 내부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경기도 포천시에서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이 자신의 헬스장 문을 열자 경찰이 출동해 체육관 내부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태권도·발레는 되는데 헬스장은 왜?" 업주들, 오픈 시위 나서

2일 정부가 발표한 거리두기 조정안에 따르면 수도권 실내 체육시설과 야외 스크린 골프장(밀폐형)에 대해서는 집합금지 명령이 유지된다. 반면 스키장, 눈썰매장 등 실외 겨울스포츠 시설은 인원과 운영 시간 등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영업을 허용했다. 그동안 전면 금지했던 학원은 인원 및 시간제한 등을 조건으로 다시 허용했으며, 학원으로 등록된 태권도·발레 등의 체육시설은 동시간 교습 인원 9명 이하를 조건으로 영업이 허용됐다.

정부의 방역 방침에 반발하는 업주들은 정부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4일부터 헬스장 문을 여는 단체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는 4일 서울·경기·부산 지역에서 300여 곳의 헬스장이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700곳은 헬스장 운영은 하지 않지만, 정부 조치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간판에 불을 켜고 시위에 나섰다. 헬스장 외에도 카페·유흥업소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도 기준 형평성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헬스장 문을 닫은 지 4주만인 4일 영업을 재개한 서울시 용산구 한 헬스장에서 회원이 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헬스장 문을 닫은 지 4주만인 4일 영업을 재개한 서울시 용산구 한 헬스장에서 회원이 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철저히 쓰고 방역도 하는데…업종 차별 불공평 지적

강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업주 A 씨는 "마스크 벗고 먹고 마시고 하는 곳은 괜찮고 마스크 쓰고 철저히 방역하는 곳은 '집합금지'라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준에서는 오후 9시까지 마스크 의무 착용 등 방역 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헬스장이 운영돼왔다.

A 씨는 "확진자가 많아져서 정부 차원에서 방역 조치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헬스장은 마스크 쓰고 간격 띄우고 인원수도 제한해서 철저히 관리해왔다"며 "실내 체육시설업은 회원권을 선불로 받고 운영하는데 운영을 못 하면 회원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과 같다. 회원권 손실만 하루에 80만~100만 원 상당이고 임대료, 관리비, 전기료 등 운영비 손실이 어마어마하다"고 토로했다.

업주뿐만 아니라 트레이너 등 종사자들도 정부의 방역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일하는 헬스 트레이너 B 씨는 "영업장의 경우 수천만 원부터 억 단위의 손실을 보고 있고 트레이너 종사자들은 일을 쉬고 있거나 알바, 일용직, 배달 등을 통해 생계를 연명하는 중"이라며 "현행 방역 방침의 경우 너무나 경우의 수가 많다 보니 업종에 차별을 두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서초동 소재의 PT샵에서 근무하는 트레이너 C 씨 또한 "헬스장은 보통 회원제라 불특정 다수도 아니고 PT·필라테스는 1:1 수업이니 방역수칙만 지키면 문제없고 그룹은 학원처럼 9인으로 인원 제한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기존 방침에 따라서 운영을 하면 되는데 완전히 못 하게 하는 게 문제다. 국가가 사익을 제한할 때는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지원금도 터무니없이 작아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대본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대본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00개 헬스장 '오픈 시위' 참여…정부 "12일 정도만 인내해달라"

경기도 포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4일 오전 정부 방역 조치에 반발해 헬스장 문을 열었다. 다음 날인 5일에도 헬스장 문을 연 오 회장은 "어차피 회원들이 안 나오는 것을 아는데도 너무 답답해서 문을 열었다"라며 "버스나 지하철, 마트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지만, 헬스장은 마스크 착용도 잘하고 2~3m씩 떨어져 운동해 안전하다"고 역설했다.

오 회장은 "항의 차원으로 오픈하고 있는 헬스장들은 지금 매우 많지만, 단속 등으로 인해 SNS에는 못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전 국민이 다 어렵지만, 수도권에서 집합금지를 당한 업종들은 더욱 어렵다. 하루라도 빨리 확진자 수를 내리고 세금이나 은행 이자·임대료를 두세 달 정도만이라도 멈춰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는 4일부터 1000명가량의 업주가 헬스장 오픈 시위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경호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실장은 "오늘도 오픈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영업을 허용해주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본다고만 한다. 영업 기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답변이 있을 때까지는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헬스장은 현재 오전·오후로 나눠서 연무로 소독을 하고 있으며 기구를 소독제로 시간마다 닦고 있다. 100% 회원제고 운동을 할 때도 마스크를 다 쓰고 있다"며 이미 방역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헬스장 업주들의 반발에도 정부는 당장은 운영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5일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실내 체육시설은 밀폐된 시설에서 비말(침방울)을 강하게 배출하는 특성이 있어, 학원과 방역적 특성이 동일하다 보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태권도장 등 학원에 9명 이하 교습을 허용한 이유에 대해선 "돌봄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대상도 아동·학생으로만 허용했다. 실내 체육시설 집합 금지는 방역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움이 있겠지만 (거리두기 조치가 만료되는) 앞으로 12일 정도만 인내해주시고, 방역관리에 협조해 달라"며 사실상 정책 수정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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