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쌓인 기업들, ‘짠물 배당’ 벗어날까

입력 2021-01-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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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하나금융투자
▲자료제공=하나금융투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현금 확보에 주력한 100대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이 5년래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배당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주식 가치를 낮추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온 기업들의 이른바 ‘짠물 배당’ 추세가 완화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2~2019년까지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순이익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5%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미국(S&P)은 평균 9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08~2018년 기준으로도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24.8%를 기록했다. 신흥국인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와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기업들이 각각 35.7%, 41.2%를 기록해 우리 기업들보다 주주환원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 주요국의 기업보다 번 돈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데 있어서 인색하다는 평을 듣는다. 최근 몇년 동안 배당 총액을 늘리고는 있지만 ‘짠물 배당’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하다.

그러나 지난해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이 크게 증가해 주주환원율 상승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현금성자산은 113조1000억 원을 기록해 5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기업들이 현금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금 자산과 함께 이익이 늘어나게 되면 기업들은 개선된 현금흐름을 주주친화정책에 쓸 여력이 생기게된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로 바닥을 친 경기가 올해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이익 증가와 함께 주주환원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현금 증가와 동시에 이익 증가가 이뤄진다면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궁극적으로 한국 증시의 중장기적인 알파를 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주주환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200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이 처음으로 30%를 상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국 기업 배당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주주환원 계획 발표에 따른 배당 증가 기대감과 코로나19 발생에도 불구하고 LG화학, KT&G,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많은 기업들이 2020년에 배당 증가와 배당 성향 상향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20%대에 머물던 코스피200 기업의 주주환원율은 2020년 처음으로 3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타 국가 대비 낮았던 한국의 주주환원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코스피 벨류에이션의 상향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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