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소 잃고 외양간도 버리는 일 없어야’

입력 2021-01-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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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년 만에 산업 관련법 중 최상위법인 산업발전법 전면 개정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위기로 한계기업들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비해 산업구조조정 재편 밑그림과 근거를 미리 그려놓겠다는 계산이다. 이 법안은 산업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잡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법이다. 국회에도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이 만들어지면 지지부진한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여러 주력산업에서 흔들리는 기업이 속출하기 시작한 지는 벌써 꽤 됐다. 저금리 환경으로 인한 낮은 자금조달 비용과 정부의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유동성 공급 덕분이다.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기업 신용등급도 계속 추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 기준 국내 한계기업이 처음으로 전체기업의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보다 6.6%포인트 높아질 것이란 추정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업부문 취약성 진단과 과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향후 코로나19가 일단락되면서 금융지원도 종료될 때, 기업의 잠재 부실이 한꺼번에 현재화하는 절벽효과를 대비해야 한다”며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투입한 금융지원이 ‘잠재 부실’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할 한계기업들이 많아지고, 버젓이 연명하고 있으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기업들은 빚더미에 앉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한국 가계와 기업 부채 증가세의 이상 징후를 보여주는 신용갭이 13.8%로 1분기(9.4%)보다 4.4%포인트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지난 2009년 말 이후 10년 6개월 만에 10%를 넘어섰고, 1983년 2분기(14.0%) 이후 최고 수준이다. 조사 대상 44개국 중 8번째다.

그런데도 그동안 정부의 대응은 미지근했다. 경기 살리기라는 급한 불 끄기에 더 힘을 쏟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은행들도 여신이 부실로 확정될 경우 당장 실적에 악영향을 주는 까닭에 한계기업 처리를 뒤로 미룬 측면이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큰 이권이 걸린 사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정실에 바탕을 두고 특정 대기업 그룹이나 대주주에게 특혜를 주거나 압력을 넣어 부실기업을 무리하게 떠넘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최근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을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는 건 조 회장 측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참여연대는 “국민 혈세 8000억 원으로 근거 없는 졸속 합병”이라면서 “배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또 “(피인수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모(母)그룹인 금호그룹의 부실 경영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는 코로나 위기 전부터 경영난에 시달려 왔고,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산은의 정책 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참여연대의 주장대로라면 뒤탈이 생길 여지가 있어 보인다. 구조조정의 방향을 제시하려면 그 근거를 분명하게 대고, 결정을 끌어낸 데 대한 정치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계기업을 무조건 퇴출시키란 말은 아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익 악화가 꼭 기업 잘못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나기만 피한다면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정책적 지원을 아까지 말아야 한다.

‘소도 잃고 외양간도 버려야 하는’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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