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일본의 코로나 상황과 스가 정권

입력 2021-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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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정치학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12일 처음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었다. 같은 달 31일에는 처음으로 4000명은 물론 4500명도 돌파했다. 새해에도 계속 신규 확진자가 3000명 이상이어서 일본은 지금 비상사태에 빠졌다.

특히 도쿄도가 심각하다. 지난달 31일 확진자 수는 1337명. 이후 조금 감소하기는 했으나 800~900명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전체 일일 신규 확진자 수와 일본 도쿄가 거의 비슷하다. 인구는 도쿄가 서울과 거의 같은데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일본에서 확진자 수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는 사실이다. 일본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나서 지난해 10월 29일 누적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기까지 287일이 걸렸다. 그 후 지난달 20일 20만 명 선 도달까지는 5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확진자 수 증가 속도가 5.5배 빨라진 셈이다.

결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긴급사태 선언을 꺼렸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이번 주 선언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한국의 방역 3단계 격상과 비슷한 조치가 된다. 그러나 일본에서 긴급사태 선언은 법적 근거가 약하고 어겨도 벌칙이 없다. 어디까지나 국민의 협조라는 형식이니 한계가 있다. 한국은 행정명령이므로 법적 효력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긴급사태를 선언해도 법적 효력이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책에 한국과 일본은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행정명령으로 거리 두기를 잘 시행하고 있지만, 일본은 거리 두기 요청이 약하다. 일본에서도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을 현재 아침 5시부터 밤 9시까지로 한정하고 있지만, 음식점 안은 대단한 밀집 상태다. 음식점들이 영업시간 내에 많은 손님을 확보하려고 가게 안 거리 두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

한국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매일 TV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코로나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코로나대책본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각종 뉴스에서 기자나 평론가들의 해설, 가끔 나오는 전문가들의 코멘트 등이 보도가 되는데 전반적으로 국민에게 코로나19 상황을 신뢰성 있게 전달하는 호소력이 약하다.

백신 확보 상황을 보면 일본은 현재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했고 합계 1억45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일본은 인구가 1억3000만 명 정도이므로 충분한 확보량이다. 그리고 올해 9월까지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우선 2월 하순에 의료봉사자, 3월 말에 고령자, 그 후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순서로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고 이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일본에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1월 4일 기준 8명이다. 그들 중 7명은 영국에서 귀국한 사람들이고 1명은 귀국자의 가족이다. 1명은 영국을 다녀온 항공기 조종사로부터 감염되었는데 항공기 조종사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면제하고 있어 이 조종사로 인해 변이 바이러스가 주변에 퍼졌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한국에서 영국형이 9명, 남아프리카공화국형은 1명 각각 확인됐다. 이것은 일본보다 많은데 한국은 검사를 철저하게 실시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변이 바이러스 발견에 따라 지난달 28일부터 전 세계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금지했다. 이 조치는 1월 말까지다.

일본의 바이러스 검사 능력은 하루 11만 건 정도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여전히 검사를 많이 하고 있지 않다. 2일 일본은 2만6000건 정도 검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한국은 같은 날 약 5만3500건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의 절대 수로도 한국은 일본의 두 배 정도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인구로 따지면 일본은 인구 10만 명당 20명 정도 검사를,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103명 정도 검사를 실시한다. 즉 한국은 일본의 5배 정도 검사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일본의 확진자 수는 실제로는 현재의 5배일 가능성이 있다. 즉, 하루 1만5000~2만2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루 수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유럽 각국과 일본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스가 총리는 이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3중고 상황이라는 게 집권 자민당 국회의원들의 주된 인식이다. 첫 번째는 스가 정권의 코로나 대책 실패이고 두 번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스캔들에 따른 여론 악화다. 마지막 세 번째는 스가 정권의 기반인 자민당 파벌 니카이파의 중진 요시카와 다카모리 의원이 어느 식품회사로부터 약 1500만 엔(약 1억50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스가는 암울한 새해를 맞이했다.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스가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지난해 9월 다음 자민당 총재 선거는 투표하지 않고 스가를 그대로 총재로 인정하자고 제안했지만, 현재는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스가 정권이 단명으로 끝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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