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또다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경기진작을 위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가세하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4월의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 모두에게 현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1차 재난지원금은 작년 4·15 총선 직전 전 국민 지급으로 결정돼 5월 14조2000억 원이 나갔다. 모든 가구가 최대 100만 원(4인 가족)씩 받았다. 9월에는 고용취약계층과 기초수급자,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7조8000억 원이 2차로 지원됐고, 이들에 대한 3차의 9조3000억 원 지출도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춰지지 않고 소비가 계속 뒷걸음하면서 경기는 계속 가라앉고 있다. 민생의 고통도 깊어진다. 정부가 공짜로 돈을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경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고, 적자국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더 늘려야 한다. 이미 재정은 바닥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558조 원 규모의 초(超)슈퍼 예산에 국가채무가 작년 846조9000억 원에서 금년 956조 원으로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도 작년 43.9%에서 올해 47.3%로 치솟고, 재정지출을 더 늘리면 50%를 넘길 가능성도 크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말 내놓은 연구결과만 봐도 그렇다. KDI는 작년 5월 중앙정부가 모든 국민에 지급한 돈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더 준 지원금 중 신용카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규모가 11조1000억∼15조3000억 원이었던 반면, 늘어난 카드 매출은 4조 원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소비효과가 투입 자금의 26.2∼36.1%에 불과한 것이다. 나머지 70% 정도는 가계 빚을 갚거나 저축에 사용됐다. 또 지원금이 가장 충격이 큰 음식점·이미용·여행·레저·사우나 등 대면(對面)업종으로는 별로 흘러들지 않아 매출 효과가 미미했다.
국민 모두에 재난지원금을 또 준다는 것이 선거용 포퓰리즘인 이유다. 소비 진작이나 피해 산업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고용이 불안한 취약계층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사회 양극화와 빈곤 또한 심화하고 있다. 재정위기에서 막대한 빚을 더 내야 재난지원금을 줄 수 있다. 피해가 큰 업종과 종사자, 저소득층, 고용취약계층, 실직자 등을 선별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 빠듯한 재원을 긁어모아도 이들을 집중 지원하기에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