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의 학대와 양부의 방임에 생후 16개월밖에 안 된 입양아(정인이)가 숨진 일명 '정인이 사건'을 두고 이번엔 입양 절차를 진행한 홀트아동복지회의 사후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홀트아동복지회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게시물을 내린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삭제한 이유를 설명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5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홀트아동복지회 전 직원은 너무나도 참담하게 세상을 떠난 정인이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각각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안내와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참여 관련 글을 게재했다"며 "이는 해당 챌린지 취지에 따라 끔찍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엄중한 처벌을 받는데 힘을 보태고자 한 것이었지만 해당 게시물이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의견이 있어 오늘(5일) 오후 7시께 게시물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홀트아동복지회는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경찰 수사와 '그것이 알고싶다' 인터뷰에 적극 협조했으며, 전사적으로 진정서 제출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세심한 관리와 주의를 기울여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 글에도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네티즌들은 "아이가 어리고 의사소통이 힘든 나이면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어느 경로던지 아이를 확인했어야 한다. 입양을 단지 사업목적으로 이용하는지 우리가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3차례나 조사나간 홀트아동복지회도 방관 한 것 아니냐", "경찰 탓만 할게 아니라 저 정도 관찰 통화됐으면, 바로 신고해야지, 무슨 말도 못하는 아이 일을 범죄자 부모 말만 믿고 처리했을까" 등 비판을 제기했다.
특히 6일 더불어민주당 신형원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입양 사후 관리 경과' 자료가 공개되자 홀트아동복지회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홀트아동복지회 측은 정인 양의 학대 정황을 이미 파악했다. 지난해 5월 26일 2차 가정방문에서 멍 자국을 발견했으며, 7월 2일 3차 방문에서는 2주간 깁스를 하고 있던 사실과 양모가 자동차에 정인 양을 30분간 방치한 사실을 인지했다. 아울러 정인 양의 체중이 1kg이 줄어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있던 9월 23일에는 가정 방문을 거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홀트아동복지회 측은 이날 "고(故) 정인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홀트아동복지회 측은 "지난해 5월 26일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1차 학대의심 신고사실을 전달받았다. 이미 양천경찰서와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가 된 상황이었다"라며 "이후 사건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고, 지난해 7월 2일 가정방문 이후부터 학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양부모 상담과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연락에 밀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3차 학대신고가 접수되기 전 정인이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가정방문을 요청했으나 거부해 지난해 9월 22일 조사 권한을 가진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의 안전 확인을 위해 다시 사례관리를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고, 이후 구내염으로 진단돼 학대 소견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음을 고지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홀트아동복지회 측은 "정인이 사망 이후 보건복지부 지도점검에서 우리회는 입양절차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앞으로 입양진행 및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법, 제도, 정책적 측면에서 입양기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각도로 검토해 보완하겠다. 사후관리 중 아동의 신체적 발육 및 발달, 인지, 정서, 사회발달, 부모와의 상호작용 및 애착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통해 보다 면밀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