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코스피3000 시대 안착의 조건은?

입력 2021-0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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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자본시장부 차장

‘코스피 지수 3000’

국내 증시에서는 꿈의 지수로 불린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전직 대통령들이 이 지수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을까.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당시 한 증권사를 방문해 “(코스피 지수가) 내년에 3000포인트 정도 회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마 임기 5년 중에 제대로 되면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5년 뒤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아 “5년 내에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들 전직 대통령은 임기 중에 코스피 지수 3000을 보지 못했다.

국내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의 폭락에서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많이 올랐다. 여기에는 그동안 증시의 변방 취급을 받았던 개인 투자자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유입과 함께 막대한 유동성의 힘이 더해지며 증시를 끌어 올렸다.

기존에는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순매도세를 보이면 개인투자자들이 덩달아 이에 합류하며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기관들이 받아내면서 오히려 지수를 끌어 올리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정부 당국도 지수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 공매도를 금지하고 대주주 요건도 완화해 주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증시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왔다.

투자자들에게는 이처럼 어렵게 만들어 온 꿈의 지수 3000포인트가 6일 오전 개장과 함께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아쉽게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종가 기준 3000포인트는 후일을 기약하게 됐지만 이제는 우리 증시가 코스피 3000시대를 준비해야 함에는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제발 정부와 정치권은 가만 있어 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장 이해도가 낮은 정책이 그만큼 많이 나왔다는 뜻이다. 당장 3월 한시적으로 금지했던 공매도가 재개되는데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얼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놓고 오락가락했던 선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정부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어선 곤란하다.

업계는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는 점을 고민해 봐야 한다. 최근 국내 증시의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하루 평균 주식 회전율이 3~5%에 달한다. 하루에 전체 주식의 3~5%가 손바뀜이 된다는 뜻인데 이는 한 달 정도면 상장 주식 전체의 주인이 바뀌는 속도다. 소위 ‘단타’가 늘었다는 뜻이다. 단타를 치는 투자자들이 많은 시장이 건전할 가능성은 낮다.

투자자들도 투자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이름도 모를 테마주에 투자하면서 자신만은 일확천금을 벌 거라는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 뜨거운 가슴보다는 냉철한 머리가 필요한 것이 증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렵게 코스피 3000 시대를 열었지만 단순 숫자보다는 증시 활황을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제 몫을 다하게 도와줘야 한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증시가 본연의 임무를 다할 때 정부와 투자자도 웃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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