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김난도 교수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이러스가 아닌 타성”

입력 2021-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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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것은 방향이 아닌 속도다. 유연하게 시장 방향을 전환하는 ‘피보팅’으로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할 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경제·사회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있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이런 세상에서도 우리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이어가고, 또 미래도 준비해야 한다. 바이러스발 경제로 불리는 '브이노믹스' 시대에 기업과 개인은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남아야 할까. 이투데이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만나 그 해답을 찾아봤다.

대담=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 정리=유혜림 기자

▲‘2021 트렌드 코리아’ 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이제는 거침없이 피보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전 세계 어느 기업도 ‘피보팅’에서 자유로운 곳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2021 트렌드 코리아’ 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이제는 거침없이 피보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전 세계 어느 기업도 ‘피보팅’에서 자유로운 곳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변화하게 될 경제상황을 의미하는 브이노믹스(V-nomics) 시대에는 기업도 사람도 ‘피보팅’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피보팅’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1mm씩 작은 혁신의 힘이 축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김 교수는 2007년부터 매년 다음 해 소비 트렌드를 10개 키워드로 분석해온 트렌드 전문가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유행한 단어로 꼽을 만한 ‘언택트’(비대면)도 김 교수를 주축으로 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18년 만든 키워드다. 인터뷰 자리에 앉은 김 교수에게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져 평소보다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을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네자 “체감하는 반응이 (예년보다) 좋은 것은 맞다”면서 휴대폰을 열어 지난 10여 년간 쌓인 트렌드 키워드들을 보여줬다. △2009년 ‘다시 집으로’ △2010년 동네의 중요성을 강조한 ‘떴다, 우리 동네’ △2012년 ‘위기를 관리하라’ △2014년 ‘판을 펼쳐라’(플랫폼의 시대) △2019년 ‘스트리밍 라이프’ 등은 ‘언택트’처럼 현재의 키워드라고 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코로나는 트렌드의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뜰 건 뜨고 죽을 건 죽는 변화를 가속화한 경향이 있다. 2009년 제시한 ‘다시 집으로’ 키워드를 예로 들면 그동안 재택근무나 비대면 강의의 수요는 꾸준했고 가야 할 방향이었는데 코로나가 변화의 속도를 앞당긴 측면이 있다. 코로나는 10년 걸리던 현상을 6개월 만에 해냈다”고 말했다.

모든 비즈니스는 ‘피보팅의 싸움’… 중심축은 ‘핵심 역량’과 ‘고객’

김 교수는 2021년 키워드 중 가장 주목하는 용어로 ‘피보팅’을 꼽았다. 사전적 의미로 ‘물건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라는 뜻을 지닌 피봇(pivot)은 최근들어 기업의 기민한 변화와 혁신을 일컫는 경제 용어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소비자의 변화무쌍한 니즈에 맞추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사업을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DVD 대여 사업에서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 성장한 넷플릭스가 피보팅의 대표 사례다. 김 교수는 “1990년대 미국에서 ‘비디오 대여점’ 대명사로 통했던 ‘블록버스터’는 몰락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로 우뚝 섰다. 블록버스터가 ‘자본’이 없어서 도전을 못 했을까? 최첨단 경영 기법이 없어서 대응을 못 했을까? 아니다.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의 명암을 가른 건 오직 하나, 변화하는 환경에 피보팅했냐 못했느냐다”라고 말했다.

사실 피보팅은 완전히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는 기존에 시장에서 쓰이던 ‘새로운 먹거리’, ‘신성장 동력’ 역시 같은 맥락”이라면서도 “피보팅은 ‘신성장 동력’과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구분 짓는 시금석과 같다”고 정의했다.

그가 뜯어본 피보팅의 중심축은 △‘내가 뭘 잘하느냐’(핵심역량) △‘우리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고객), 이 두 가지다. 둘 중 하나도 갖추지 못한 사업은 곧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피보팅의 핵심축을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작은 혁신이 쌓인 ‘축적의 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통 시장의 트렌드세터가 된 ‘마켓컬리’ 역시 작은 혁신이 이뤄낸 성공 사례다. 2015년 마켓컬리는 17개 상품으로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에서 지금은 한 주에 300여 개 상품을 입점시키는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다.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가 애초에 구상한 사업 아이템은 114처럼 전화번호를 소개하는 앱이었다. 창업 당시 형제 단 2명이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업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방대한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포기하는 대신 음식점 전화번호를 타깃으로 삼았다. 음식점만 한정하니 자연스럽게 ‘주문’과 ‘배달’ 아이템을 추가하면서 사업 모델을 구체화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모바일 전화번호부 사업’을 ‘모바일 배달사업’으로 피보팅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피보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루하루 1㎜씩 쌓여가는 변화와 혁신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기업 경영전략실에서 1년, 2년씩 시장조사하고 미래를 예측한다고 해서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막상 시작하려고 하는 시점에 다른 세상이 돼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피보팅이 ‘핵심역량’과 ‘고객’ 이 두가지를 중심축으로 하되, 혁신을 거듭한 ‘축적의 힘’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전세계 어느 기업도 ‘피보팅’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보팅, 기업을 넘어 사람에게도 중요

김 교수는 ‘피보팅’은 기업을 넘어 사람에게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잡하고 다원화된 시대에 ‘휴먼 피보팅’은 기업의 피보팅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며 개인이 이 사회에서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이 사회는 나에게 무슨 일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할 것을 조언했다.

직업(job)이라는 말은 직(職)과 업(業)이 합쳐진 말이다. 직이 ‘어느 회사에 다니냐’라면, 업은 ‘무슨 일을 하느냐’에 해당한다. 예전엔 한 번 조직에 들어가면 그 조직이 평생 나를 책임져주고 거기에서 승진하면 성공한 인생이었던 만큼 ‘직’ 위주의 사고를 했다. 지금은 회사도 많이 옮기고 내가 하는 일이 확실해야 어디서건 살아남을 수 있는 ‘업’이 중요해진 세상이 됐다.

김 교수는 코로나 시대가 보여준 ‘휴먼 피보팅’ 사례로 유튜버를 꼽았다. 코로나로 유튜브 플랫폼이 급격히 비대해지면서 미디어의 지형이 달라졌다. 이런 시장 변화 속에서 이제 사람들은 언론사의 타이틀(직)을 찾기보다는 각자의 역량(업)을 활용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 교수는 “이른바 ‘뷰카(VUCA)’의 시대로 불리는 불확실한 세상에선 블록버스터, 코닥 같은 큰 회사도 망한다. 이 사회가 나에게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주목해보고 그 일 중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하면 된다. 이게 바로 개인이 할 수 있는 ‘피보팅’이자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설명했다.

◇휴먼터치, 기술 만능주의에 경종 울리고 싶어

코로나는 언택트ㆍ플랫폼ㆍ인공지능ㆍ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우리에게 거스를 수 없는 ‘기술의 시대’를 확인시켜 줬다. 많은 시장 전문가도 ‘대세는 기술’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은다. 그러나 김 교수는 오히려 다시 ‘사람’에 주목했다. 기술 만능주의나 우월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그는 기술이 채울 수 없는 무언가는 ‘인간’만이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 고객에게 디지털 기술을 제공할 때 인간과 기술을 상호보완해야 소비자 만족도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완성은 ‘휴먼터치’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김 교수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기계는 단순 계산이나 간단한 영역 정도만 할 줄 알았는데, 창의적인 작업도 할 수 있다는 걸 본 것이다. 실제로 어느 순간부터 기계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적인 요소를 거세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이 기술로부터 소외되지 않으려면 그건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의미다.

그가 상상하는 기술과 인간의 협업은 어떤 모습일까. 병원을 예로 들면 의사는 간밤에 잠을 설친 환자에게 “어제 많이 아프셨죠? 인공지능 데이터를 보니 지금 증상에선 약을 바꾸는 게 좋다고 나오네요. 제가 살펴보니 괜찮은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며 회진을 돈다. 김 교수는 “빅 데이터로 자가진단하고, 처방받은 약이 기계에서 튀어나오는 등 기술이 인간을 모두 대체하는 세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인공지능의 질병 진단으로 시간을 아낀 의사가 환자와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 시간을 더 할애하듯, 인간과 기술은 ‘배제’가 아닌 ‘보완’의 방식으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된 집… 코로나가 더 높인 집(家)착

지난 10여 년간 우리가 사는 집과 인근 동네는 소비 트렌드에서 꾸준히 영향력이 커져왔지만 코로나로 전 국민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에 대한 관심과 관여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김 교수는 “선진국이 될수록, 소득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이 ‘거리’에서 ‘집’으로 몰려가는 것이 관찰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보급률이 높아지고 인구는 줄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여기서 간과한 점이 하나 있다고 짚었다. “집은 ‘가구’의 문제인데 지금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한다. 4인 가구 기준의 5000만 명과 1인 가구가 많은 시대 5000만 명의 집에 대한 수요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구나 코로나를 기점으로 집은 ‘하우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김 교수는 “집에서 재택근무도 하고, 온라인 수업도 듣고, 홈트레이닝도 하고, 홈파티도 하고, 스크린을 놓고 영화관처럼 영화도 보고…. 모든 걸 다 하는 공간이 됐는데 내 집 크기는 항상 똑같다. 가장 간단한 해결방법은 넓은 집으로 가면 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이 공간을 바꾸고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 뜻에서 ‘레이어드홈’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거다. 앞으로 주택 수요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소비패턴도, 투자목적도 다른 ‘자본주의 키즈’가 온다

세대별 소비 트렌드를 살펴온 그가 올해 주목한 이들은 ‘자본주의 키즈’다. 김 교수는 이들에 대해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 자본주의 논리가 체화된 세대”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명품 브랜드 로고가 잘 보이도록 포장박스와 함께 인증샷을 남기거나 자신이 번 돈이라며 지폐 다발을 흔들어 자랑하는 ‘플렉스’에 열광한다.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사람의 소비는 자본주의의 섭리라 여기며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부러움을 숨기지 않는다.

김 교수는 한 인간의 세계관을 규정짓는 강력한 기준으로 ‘경험’에 주목한다. 소비자로서 자본주의 키즈가 이전 세대와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는 배경 역시 그 세대가 겪은 ‘경험’이 달라서다.

그는 “나는 1960년대 빈곤의 시대를 산 세대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대결, 두 체제의 흥망성쇠를 직접 목격한 세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세대는 두 체제를 학교에서 글로만 배웠을 뿐, 경험하지 못했다. 오히려 어린 시절 IMF 경제위기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과 병폐를 겪고 자랐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더 잘 안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젊은 세대의 세계관을 구성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공격적인 투자’는 자본주의 키즈가 보여주는 뚜렷한 특징이다. 자본주의 키즈의 셀프 재무관리는 돈 모으기에서 시작된다. 내 돈은 내가 지킨다는 자세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지난해 가장 많이 회자됐던 단어 중 하나가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주식투자 초보자)’였는데 이제는 진짜 주식하는 중고생은 물론 ‘어린이’까지 등장했다”고 주목했다.

아울러 자본주의 키즈는 투자 목적도 기성 세대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파이어(FIRE)’ 운동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파이어는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를 의미하는 약자로, ‘젊을 때 바짝 벌어서 빨리 은퇴하자’라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김 교수는 젊은 세대의 이런 생각은 투자 목적뿐 아니라 근로관까지도 바꿨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기성세대는 ‘정년을 연장해 달라’, ‘퇴직하면 치킨집을 내야 하나’ 등 어떻게든 경제활동을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키즈나 파이어족은 ‘내가 일 년에 쓰는 돈의 몇 배만 모으면 은행 이자로 평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다’라는 목표 의식으로 돈을 모은다”고 설명했다.

세대 갈등엔 강요하지 않는 ‘그러려니’의 지혜 필요

이런 자본주의 세대가 기성 세대와 갈등 없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이 질문에 “개인적인 얘기를 먼저 하자면 내 인생관은 ‘그러려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난 내 아들과도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국민소득 87달러에 태어난 후진국 국민이고, 아들은 1만7760달러에 태어난 사람이다. 이렇게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사실상 다른 나라 사람”이라며 “그러니 서로 강요하지 말고, 세대별 차이를 이해하고, 공존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대 갈등은 사실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해법을 어디서 가르쳐 주지도 않고, 어쩌면 평생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대가 서로 이해해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이해하는 ‘그러려니’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그는 멘토와 꼰대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강요’가 바로 세대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각자가 가진 삶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자꾸 강요하려는 생각이 ‘꼰대’의 특징인 데 비해 멘토는 그 반대다. 조언을 구하는 자의 입장에 서서 들어주고, 그에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언을 전한다. 그리고 이 조언을 수용할지의 여부는 온전히 청년에게 맡기는 거다.

10년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통해 젊은 세대를 위로했던 김 교수는 10년 전과 현재의 젊은 세대 사이에 뭐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할까. “지금 청년들이 맞닥뜨린 현실이 절대적으로 한계상황이다. 10년 전과도 또 너무 다르다”는 그의 생각은 이렇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게 첫 번째 문제다. 기회가 없다는 건 단순히 취직이 안 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존엄’의 문제다. 두 번째 문제가 더 중요한데 기대분의 성취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과거 상황과 지금 상황이 다른 만큼 일반화시켜선 안 된다. 젊은 세대에 더 많은 기회를 주려면 기본적인 사회시스템이나 의식 등이 바뀌어야 한다. 기성세대도, 젊은세대도 다 억울할 수 있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누군가는 포기하는 그런 움직임이 필요하다.”

두려워해야 하는 건 ‘바이러스’가 아닌 ‘타성’

코로나는 우리 일상의 많은 것을 바꿨고, 또 앞으로도 바꿀 것이다. 끝이 보일 것 같은 희망에 내걸었던 ‘포스트 코로나’는 ‘위드 코로나’가 됐다. 이에 김 교수는 “포스트냐 위드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고 싶은 건, 이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갈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교훈 중 하나는 ‘피보팅하지 않으면 이제 정말 살아남을 수는 없다’라는 급박한 메시지다. 서서히 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는 저도 모르게 죽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동안 트렌드가 천천히 끓고 있었는데, 이번에 코로나가 확 불을 붙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급변하는 세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을 향해 김 교수는 ‘꼭 다 맞출 필요는 없다. 살던 대로 살아라’라고 얘기해 준다. 하지만, 누군가를 상대로 ‘돈’을 벌어야 하는 이들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돈을 지불하는 이들의 변화를 연구하면서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 김 교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삶의 방식과 가치관처럼 분명히 지켜야 할 것이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선 ‘변화’를 잊지 말아야 한다. 타성에 젖지 말아야 하며 꾸준히 새로운 트렌드를 쫓아가야 한다. 진정 인간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우리의 타성이다”라고 말했다.

트렌드 얘기로 가볍게 시작한 인터뷰는 서로에게 강요하지 말고, 조금 더 양보하고, 타성에 젖지 말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묵직한 깨달음으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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