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꼬리잡기] 사상 첫 인구 감소 '데드 크로스' 현실화…영향과 대책은?

입력 2021-01-0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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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 출생자 수가 사망자보다 적은 일명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으로 1년 전보다 인구가 약 2만 명 줄어든 것이다. 이미 세계 최저의 신생아 출산율을 기록한 상황에서, 인구 감소세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 (뉴시스)
▲지난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 (뉴시스)

주민등록인구 감소한 경우는 사상 처음…기존 전망보다 9년 앞당겨 시작

3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전년도 말보다 2만838명 줄었다. 작년 출생아는 역대 최저치인 27만5815명으로 전년도보다 10.7%나 줄어든 반면, 사망자는 30만7764명으로 전년도 대비 3.1% 늘어나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른 것이다. 통계청이 1970년 공식적으로 출생 통계를 작성한 이후로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저출산 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017년 처음으로 40만 명 선이 무너진 데 이어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30만 명 선마저 붕괴했다. 또한, 통계청의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2020년 1분기 0.90명, 2분기와 3분기 0.84명이었다. 이 수치는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저 수준이며, 세계 평균(2.4명)이나 유럽연합(EU) 국가의 평균(1.59명)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인구 추계'를 통해 2029년부터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9년이나 앞당겨 시작됐다. 당시 통계청은 2065년 출생아 수를 26만 명으로 예측했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지난해 27만 명 선을 기록하며 예상을 밑돌았다. 아울러 지난해 60대 이상 인구는 약 1244만 명으로 전체의 24%에 달했지만, 10대 이하 인구는 16.9%에 그치는 등 노령화 추세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인구 데드 크로스' 현상은 경제 등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영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인구 데드 크로스' 현상은 경제 등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영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생산연령인구 이미 감소 중…노년부양비 늘면서 사회 부담 증가

정부의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인구 데드 크로스' 현상은 경제 등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영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를 의미하는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8년 기준 3631만 명으로 이미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고 있다. 2015년 인구 대비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7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지만, 2067년에는 이 비율이 최하위로 추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드는 데 비해 노인 인구는 증가하면서 '노년부양비'는 늘어나고 있다. 노인 인구를 생산연령인구로 나눈 값인 노년부양비가 늘어나면 연금수요가 높아지는 등 미래세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년부양비는 2020년 22.4명에서 2040년 61.6명으로 3배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는 성인 4.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40년에는 성인 1.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된다는 의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는 앞으로 사회 활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래 세대가 과거 세대를 떠받쳐야 한다는 부담이 커져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서도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부담을 느끼는 청년 세대의 국가나 사회에 대한 불신이나 생존주의적인 태도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인구학 전문가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출산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을 '한국 사회의 획일적인 가치관' 때문이라고 봤다. (뉴시스)
▲인구학 전문가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출산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을 '한국 사회의 획일적인 가치관' 때문이라고 봤다. (뉴시스)

저출산, '삶의 질 제고'가 해법? 획일적인 사회 가치관 지적하기도

현재 우리나라 외에도 세계에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나라는 고령화 국가인 일본과 유럽의 스페인·그리스 등 33개국 정도가 있다. 다만, 유럽 등의 국가는 출산율이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와 달리 아프리카 등에서 온 이주민들이 많아 인구 자연 감소에 대한 사회적인 충격이 비교적 크지 않다.

계속되는 출산율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저출산은 복합적으로 얽힌 원인에 대한 총체적인 결과로, 문제의 일면만 보고 세우는 대책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이에 아동, 청년, 은퇴세대 등 모든 세대에 대한 '삶의 질 제고'를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인구학 전문가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출산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을 '한국 사회의 획일적인 가치관' 때문이라고 봤다. 조 교수는 "한국 사회는 성공을 지향하면서도 그 성공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이 너무나 획일적"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대학교는 무조건 서울권으로 가야 하고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한다. 이처럼 지향점이 하나면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동물이나 경쟁이 심하면 생존과 재생산 중에 당연히 생존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며 "언제나 1등을 추구해야 하고 모든 자원과 인구가 수도권이라는 좁은 공간에 몰려 사는 상황에서 재생산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장려책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장려책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정부·지자체, 다양한 정책 마련…추세 돌릴 수 있을진 미지수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장려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에서 작년 12월 내놓은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에서 다양한 현금성 출산 장려책을 제시했다. 0세, 1세가 있는 가구에 매월 양육비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아수당'을 도입하고 출산 시 200만 원을 지급하는 '꾸러미' 제도를 신설하는 등 직접적인 현금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다.

지자체에서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북 문경시는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첫째 아이 출산 시 360만 원, 둘째 1400만 원, 셋째 1600만 원, 넷째 이상은 3000만 원을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모든 출산 가정에 건강관리사를 파견해 산모식사관리, 신생아 돌보기, 세탁물 관리 등 가정방문서비스도 제공한다. 그 결과 문경 지역의 출생아 수는 2년 연속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경남 창원시에서도 결혼·출산을 하는 청년들에게 최대 1억 원의 현금을 지원하는 '결혼드림론'을 검토하고 있다. '결혼드림론'은 금융기관과 협력해 결혼 시 부부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최대 1억 원을 대출해주고 3년 내 1자녀 출산 시 이자면제, 10년 이내 2자녀 출산 시 대출금 30% 탕감, 10년 이내 3자녀 출산 시 대출금 전액 탕감 등의 파격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러한 출산율 제고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 감소 추세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며 "추세를 되돌리려면 결국에는 출산율을 높이거나 사망률을 줄여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둘 다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출산율을 늘려야 하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목표는) 미리 언제부터 어느 연령대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인구변동을 잘 예측해서 사회 제도나 구조를 인구 변화에 맞춰서 적응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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