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 설립으로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수소 시장 공동 진출 추진
SK가 올해 첫 투자처로 글로벌 수소 기업을 택했다. 최근 차세대 에너지이자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투자 핵심 영역으로 주목받는 수소 사업을 본격화하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1조6000억 원의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SK㈜와 SK E&S는 업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소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의 지분 9.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SK㈜와 SK E&S가 각각 8000억 원을 출자해 약 1조6000억 원(15억 달러)을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7년 설립된 플러그파워는 수소 사업 밸류체인 내 차량용 연료전지(PEMFC), 수전해(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핵심 설비인 전해조, 액화수소플랜트 및 수소 충전소 건설 기술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매년 약 50% 수준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은 약 16조 원에 달한다.
또한, 플러그파워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지게차와 트럭 등 수소 기반 모빌리티 사업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 기업에 독점적으로 수소지게차를 공급하는 등 미국 전체 수소 지게차 공급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전역에 구축된 수소 충전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중대형 트럭시장에 진출했으며, 드론ㆍ항공기ㆍ발전용 등으로 수소 연료전지의 활용을 다각화하고 있다. 또한, 수소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인 유럽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어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뉴욕주(州)에 연간 1.5기가와트(1.5GW)의 세계 최대 규모 연료전지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핵심 제품인 연료전지 및 수전해 설비의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리더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이번 투자로 플러그파워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만큼, 양사간 시너지를 통해 아시아 수소 시장의 리더십 확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플러그파워의 기술력을 활용해 SK가 구상하고 있는 수소 생태계 조성을 앞당기는 한편,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SK그룹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 사업 개발 기회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SK는 플러그파워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아시아 수소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등 사업모델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SK는 지난해 에너지 관련 회사인 SK E&S, SK건설, SK이노베이션 등 관계사 전문 인력 20여 명으로 구성된 수소사업 전담 조직 ‘수소사업 추진단’을 신설하고 사업 전략 실행에 곧바로 착수했다.
SK는 국내에서 2023년 3만 톤 생산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총 28만 톤 규모의 수소 생산능력을 갖추고 수소의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수소사업을 차세대 주력 에너지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 관계자는 “SK그룹이 보유한 사업 역량과 다양한 외부 파트너십을 결합해 글로벌 수소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지속해서 키워나갈 방침”이라며 “한발 앞서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ESG 경영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투자 거래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글로벌 로펌인 STB(Simpson Thacher & Bartlett)가 자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