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키운 분노에 무너진 미국 민주주의

입력 2021-01-07 14:42 수정 2021-01-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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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정권 이양,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실패하는 순간
"트럼프, 지지자들 의회로 향하도록 독려" 비판 잇달아
"불복 시도 자체만으로 민주주의에 심각한 피해"

▲6일(현지시간) 미  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하원에 침입하려 하자 안에 있던 의원들이 총격을 피해 엎드리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6일(현지시간) 미 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하원에 침입하려 하자 안에 있던 의원들이 총격을 피해 엎드리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분노한 폭도들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덮치자, 전 세계는 한때 상상도 못 했던 광경이 펼쳐지는 것을 실망과 불신의 눈으로 지켜봤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 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사태로 긴급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날의 사태는 글로벌 민주주의 맹주국을 자처하던 미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 이양에 실패하는 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미국 국민과 전 세계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미국 의회에서 전례 없는 시위대의 혼돈과 폭력이 발생한 상황을 지켜보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날 의회의사당에서는 대권을 잡은 바이든의 승리를 확정 짓는 상·하원 합동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11월 3일 개최된 대선 결과가 그대로 인증되면 바이든은 2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이날 의사당에 쳐들어가 난동을 부렸고, 물리적 충돌 속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결국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결국, 의회는 회의 시작 1시간여 만에 정회를 선언하고 긴급 대피해야 했으며, 논의는 6시간이 흐른 뒤에야 재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를 직접 나서서 규탄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빗발치자 사태 발생 약 2시간 만에 트위터를 통해 영상 메시지를 게재했다. 그는 영상에서 “여러분들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우리는 평화를 가져야 하고,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해산을 당부했다.

하지만 정계 안팎에서는 결국 그들의 난입을 부추긴 것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시위대 앞 연설에서 “우리는 도둑질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해 지지자들이 의회로 향하도록 독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산을 당부하는 순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매우 특별하다”고 추켜올리는가 하면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며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입증되지 않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되레 끊임없이 그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는 수십 차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은 물론이고, 일부 주를 상대로는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도록 재검표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의회 폭력 사태가 터지기 전날에는 상원 의장을 겸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선택된 선거인단을 거부, 일종의 ‘반란’을 일으켜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키워온 분노의 불길에 역사상 단 한 번도 선거를 통한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적이 없었던 미국의 민주주의는 큰 상처를 입었다. 물론 그의 끊임없는 고집에도 바이든 당선인은 20일 대통령직에 취임하게 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노력은 수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Vox)는 “양당제에서 민주주의는 두 정당이 모두 선거 게임의 규칙을 따르는 데 달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취임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하려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미국 민주주의의 토대는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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