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건배와 수작

입력 2021-01-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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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매년 연말연시에는 술집 곳곳이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술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뒤덮은 이번 연말연시는 예년과 달랐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피해야 했기에 자연스레 술집으로의 발걸음이 멀어졌다. 대신 집에서 독작(獨酌)하거나 대작(對酌)으로 가볍게 술을 마시며 차분하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이 많았겠다.

건배(乾杯)의 사전적 의미는 술좌석에서 서로 잔을 들어 축하하거나 건강 또는 행운을 비는 것이다. 한자에서 알 수 있듯 ‘잔을 마르게 하다’, 곧 한번에 남김없이 다 들이켜는 것을 의미한다. 건배 풍습은 고대 바이킹족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 사용하던 술잔은 대부분 아래쪽이 뾰족하여 세워 둘 수 없어 한꺼번에 다 마셨다는 데서 유래한다. 또 건배 때 잔을 부딪치는 것은 서로의 잔에 술이 튀게 하여 독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건배처럼 술자리 문화와 관련한 말이 있다. ‘수작(酬酌)’이다. 수작은 술을 권하고(酬) 따른다(酌)’는 뜻이다. 주인이 손님에게 술을 권하여 따라주면, 손님도 답례로 주인에게 술을 따라주는 것이다. 이렇게 술을 권하면서 서로 잔을 주고받으면 이야기도 하게 되므로 ‘서로 말을 주고받음’이라는 뜻도 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부정적 의미로의 쓰임이 많다. ‘수작을 부리다’ ‘뻔한 수작’ 등과 같이 남의 말이나 행동, 계획 등을 낮잡아 이를 때 쓰인다. 조선왕조실록(세종실록)에 이 세 가지 의미로 수작을 두루 쓴 것으로 보아 술자리 문화와 관계가 많은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술자리 문화와 관련한 말이 또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짐작(斟酌), 참작(參酌)도 이에 해당한다. 일의 형편 등을 어림잡아 헤아린다는 뜻의 짐작(헤아릴 짐, 술 부을 작)은 술을 따르는 행위와 관련 있다. 술을 따를 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헤아려 따른다는 데서 유래했다. 참작(참여할 참, 술 부을 작) 역시 이리저리 비추어 보아서 알맞게 고려함이라는 뜻으로 상대방의 주량을 고려하여 술을 따르는 것에서 시작한 말이다.

#우리말 한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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