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은행, 탈 많던 ‘르까프’ 화승 매각한다

입력 2021-01-08 05:00 수정 2021-01-0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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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100% 확보로 위기 선제 대응, 경영 참여했지만 회생절차 뭇매
아웃도어 시장 업황 개선 미지수, 매각 대금 따라 투자 성패 갈릴 듯

산업은행이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로 알려진 화승을 매각한다. 산은은 2015년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사모투자사를 만들어 화승 지분을 전량 가져왔다. 이후에도 화승은 경영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밟았고 지난해부터 사명을 변경해 운영 중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신발 제조 및 유통사 디앤액트(옛 화승)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잠재인수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KDB KTB HS PEF가 보유한 디앤액트 지분 전량이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을 모색 중이다”라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산은은 2015년 사모펀드 운용사인 KTB PE와 손잡고 사모투자합작회사(PEF)를 설립해 화승의 지분 100%를 가져왔다. 총 2463억 원 규모였고, 산은은 이 중 250억 원을 출자했다. 화승그룹이 인수금액의 반을, 나머지는 국내 유학책임조합원(LP)으로 현대해상과 농협 등이 참여해 부담했다.

당시 산은의 화승 투자는 여러모로 논란을 낳았다. 화승은 실적이 안정적이지 않았을 뿐 회사는 정상 궤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산은은 “기업이 망가지기 전에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투자를 감행했다. 산은은 공동 GP로 참여해 화승 이사진의 추천권을 가지는 등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

산은은 이러한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투자차익을 얻고자 했다. 회사가 더 큰 어려움에 빠진 뒤에는 투입되는 비용이 많고,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 투자가 성공적일 경우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이미지 개선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 달리 화승은 지분을 넘긴 지 4년 만인 2019년 1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유동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산은의 화승 투자도 ‘실패’란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이후 산은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경영에 참여한 것에 대한 책임 논란도 피하지 못했다.

화승은 법정관리를 지난해 4월 졸업했다. 상호도 화승에서 지금의 디앤액트로 변경했다. 회생법원은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시작했고 앞으로 회생계획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정관리 중이던 2019년 한 해에는 2626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손실도 전년과 비교해 개선됐다. 산은의 선제적 구조조정의 효과가 일부 있었던 셈이다.

다만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할지는 의문이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은도 우선 저렴하게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매각 대금에 따라 산은의 화승 투자도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디앤액트는 1953년 동양고무공업주식회사로 시작했다. 한국 신발 1호로 알려진 기차표 고무신을 만든 곳이다. 1986년에는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를 론칭해 운영해왔다. 케이스위스, 머렐 등 해외 브랜드 유통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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