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門 열린 코스피]①‘영끌피’ 끝은 ‘개미지옥’…“단기 과열 맞지만, 시장도 좋아“

입력 2021-01-10 08:00 수정 2021-01-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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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0.50포인트(3.97%) 오른 3152.18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3000선에 안착한 뒤 하루 만에 100포인트 넘게 뛴 건 처음이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0.50포인트(3.97%) 오른 3152.18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3000선에 안착한 뒤 하루 만에 100포인트 넘게 뛴 건 처음이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코스피가 ‘불안한’ 축포를 쏘아 올렸다. 꿈의 지수인 ‘3000선’에 안착했지만 빨라도 너무 빠르게 오른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단기 과열’을 우려했다. 다만, 단순한 거품은 아니며 이익체력 등 코스피의 몸집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묻지마식 투자’보다 조정 국면을 적극 활용한 매매 전략에 나설 것을 추천했다.

빚으로 만든 ‘영끌피’

(자료제공=SK증권)
(자료제공=SK증권)

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0.50포인트(3.97%) 오른 3152.18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3000선에 안착한 뒤 하루 만에 100포인트 넘게 뛴 건 처음이다. 상승 폭은 코로나19 공포 장세에서 급반등이 나온 지난해 3월 24일(127.51포인트, 8.60%)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새해 들어 개인, 기관, 외국인이 번갈아 가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증시 과열을 판단하는 버핏 지수(증시 시가총액/명목 GDP)도 경고등을 가리킨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국제통화기금 전망치 기준)가 1919조 원인 걸 감안할 때, 코스피 버핏 지수는 113.1%로 집계된다. 일반적으로 버핏 지수가 70~80% 수준이면 증시가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100% 넘으면 과열 신호로 해석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유동성 장세는 계속되면서 주식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증시 과열을 판단하는 버핏 지수는 과열을 가리키고 있지만 고립공포감(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반영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에 유례없는 증시 활황세가 계속되자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역대급이다. 빚내서 쌓아 올린 ‘영끌피’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주식을 담보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20조 원을 돌파했다. 전 거래일보다 1666억 원 증가한 20조1223억 원으로 1998년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다.

다만, 증시 전문가는 단기 과열에는 우려를 표하지만 “우호적인 증시 환경 역시 사실”이라고 말한다. 수출 등 경기 회복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해서다. 자동차, 화학 등 경기민감업종의 이익 상승세도 이어지고, 기저효과 영향이 큰 조선, 디스플레이, 호텔, 에너지 등이 이익 상향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단기간 급등했다는 가격부담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증시에 타격을 주는 이벤트도 없다고 판단했다.

▲IMF는 2021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9%로, OECD는 2.8%로 내다봤다. OECD는 회원국 가운데 한국, 노르웨이, 터키 등 다섯 나라만이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제공=하나금융투자)
▲IMF는 2021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9%로, OECD는 2.8%로 내다봤다. OECD는 회원국 가운데 한국, 노르웨이, 터키 등 다섯 나라만이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제공=하나금융투자)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전혀 무리가 없다. 한국 수출이나 미국 ISM 제조업지수 등 핵심 지표는 전월보다 개선되면서 경기 자신감이 붙었고 코로나 19 백신 기대감도 여전하다. 또한, 개인과 기관이 번갈아 주식을 사고 있기에 코스피는 한 단계 더 높은 고지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다수의 전문가는 당분간 유동성 장세가 이어진다는 데도 의견이 같았다. 현금화가 용이한 자금을 포함하는 시중 통화량 M2 대비 국내증시의 시가총액은 76% 수준으로 금융위기 직전(90%)보다 낮아 우려가 앞설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한대훈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제자리였던 코스피가 그동안 M2를 반영하지 못했지만, 기업들의 자산가치가 상승하면서 그 간극을 좁히고 있는 과정에 진입했다”며 “단기과열은 맞지만, 아직 추가적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다. 유동성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스크 줄이고, 선별투자가 답

아울러 전문가는 전반적 상승보다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반적 상승세에 기대기보다 가격변수 변화를 고려해 선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증시 변화 속도와 이벤트 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 구성 비중을 조절할 것을 추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 분위기나 수급 여건이 워낙 좋다 보니 사실 어디가 고점, 정점이다 혹은 팔자, 사자 이런 시기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이제는 전망이나 예측을 넘어서서 대응의 영역에 들어왔다”며 “단기과열 상황에선 주식 비중이 큰 투자자는 그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주식 보유가 없는 개인의 경우 조정 시 비중 확대라는 마인드로 진입해볼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성장주와 수출주 위주로 매수 전략을 세울 것으로 추천했다. 유망 섹터엔 △테크 △친환경 수혜주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경기민감주 △언택트(인터넷ㆍ게임) 등을 꼽았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1년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상화로 가는 실적 장세가 될 것”이라며 “실적 회복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 투자 성과 차이가 확연히 벌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8일 코스피 3100선 돌파에 “시중 유동성이 실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무엇보다 기업실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본인의 투자여력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위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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