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이스라엘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에 세계가 응당한 조치 해야”

입력 2021-01-10 14:19 수정 2021-03-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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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부대변인, 본지 서면 질의에 답변...“한-이란 간 해결 어려울 수도” 다자 협력 촉구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석 ‘한국케미’가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혁명대수비대에 나포돼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 호르무즈/로이터연합뉴스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석 ‘한국케미’가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혁명대수비대에 나포돼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 호르무즈/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한국 국적 유조선을 나포한 사태와 관련해 이란과 대립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이 첫 입장을 내놨다.

10일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지의 서면 질의에서 “불법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인질 납치’, ‘범죄 조직’ 등의 표현을 쓰며 이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릿 헤르스코비츠 이스라엘 외교부 부대변인은 우선 이번 사건을 “테러와 불안감을 통해 무언가를 얻으려는 시도를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이란의 입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요약했다. 이어 “공해상에서 선박을 인질로 납치하는 등 이란은 이들에게 지난 며칠간 극악무도한 대접을 했다”며 “범죄 조직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무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건이 공해상에서 벌어졌다는 부분은 억류된 선박 측도 언급한 부분으로, 향후 국제법 위반 여부에 있어 이란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헤르스코비츠 부대변인은 “전 세계는 이에 응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주변 국가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한편, “이스라엘은 선원들이 무사히 귀환하기를 바란다”고도 전했다. 다만 미국과 한국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을 요청할 경우 응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오랜 기간 적대적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핵을 억지할 목적으로 이스라엘과 손잡으면서 지난 4년간 중동의 패권 지형에도 변화가 일었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에 다자간 핵 합의를 탈퇴하고 전 세계 은행에 예치된 이란의 자금을 동결하면서 궁지에 몰린 반면,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로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와 3국 간 평화 외교협정(아브라함 협정)을 맺는 등 중동 내 세력을 키웠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군사시설 공습, 국경 폭탄 설치 등 군사적 대치를 벌여왔고, 선박 나포 직전에 이란이 핵 개발을 위해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상향했을 때도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이란에는 협상을 위해 한국 대표단이 파견된 상태다. 10일 새벽에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이란으로 출국해 조만간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나포 직후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이 “인질범은 우리 돈 70억 달러(약 7조 6440억 원)를 쥐고 있는 한국 정부”라고 밝히며 한국 내 동결된 자국 자금 문제가 협상 안건임을 시사했지만, 이후 자금 활용처로 밝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 결정을 취소하면서 협상의 향방도 안갯속이다.

나아가 이란의 행동이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핵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으로도 분석되는 만큼 단지 한국과 이란 간의 대화로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스라엘 외교부의 이번 입장은 선박 나포 이후 정부 차원에서 나온 첫 반응으로, 나포 문제가 중동 간 갈등으로 비화할지 주목된다.

앞서 5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걸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UAE로 향하던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를 나포했다. 혁명수비대는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해 자국 검찰과 해양항만청의 인도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선박 측은 해양 오염은 사실이 아니며 나포된 위치도 공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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