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선택 심리는 경제적인 위기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제생활 문제’에 인한 극단적 선택 사망자 수는 2017년 3111명, 2018년 3390명, 2019년 3564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도 높았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5개년(2013~2017년) 서울특별시 자살 사망 분석 결과 보고서’를 보면 기초생활 보장 의료급여 수급자와 보험료 하위구간(1~6분위)의 극단적 선택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각각 38.2명, 24.4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보험료 중위(7~13분위) 구간과 상위(14~20위) 구간의 극단적 선택 비율은 19.3명, 14.8명이었다. 기초생활 보장 의료급여 수급자로 소득이 갑자기 줄어들었을 경우 극단적 선택 비율(66.4명)이 가장 높았다.
‘서울형 긴급복지’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 가구를 지원하고자 2015년 시작됐다. 실직, 질병, 화재 등 갑작스러운 위기로 생계유지가 곤란해졌지만 국가형 긴급복지 지원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가구를 지원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소득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85% 이하에서 100% 이하로, 재산 기준도 2억5700만 원에서 3억2600만 원 이하로 조정했다. 폐업신고일, 실직일로부터 ‘1개월 경과’ 요건을 폐지해 코로나19 때문에 폐업ㆍ실직하고도 바로 지원받지 못하는 일을 방지했다.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 지원기준도 마련했다.
완화한 기준으로 도움을 받은 가구는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일용직 일자리를 잃었다는 김모(55) 씨는 “함께 살고 있는 아들 둘 다 실직해 가구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됐다”며 “서울형 긴급복지로 생계비를 지원받아 다행히 위기를 넘겼고, 재취업을 위한 기술교육도 연계해줬다”고 말했다.
연극배우로 일하는 신모(42) 씨는 “집 담보대출도 있어서 수입은 없는데 매달 50만 원 이상 빠져나갔다”며 “통장 잔액이 없어 걱정이었지만 서울형 긴급복지로 생계비 70만 원을 지원받아 급한 불을 껐다”고 술회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극단적 선택을 줄이기 위해 자살예방센터 예산을 늘렸다. 2018년 23억 원이던 예산은 2019년 25억 원, 2020년에는 31억 원으로 증가했다. 더불어 생명문화버스, 생명존중 콘서트, 힐링프로젝트 등 자살 예방 활동을 다양화했다. 위기대응체계, 주민밀착형 예방 전달체계를 구축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과제는 쌓여있다. 현행 복지 체계가 미치지 못하는 곳도 많다. 정부와 서울시의 노력에도 복지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성북구에 사는 최모(43) 씨는 “가스비와 대출 이자가 3개월 밀려 긴급복지를 신청하러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조건이 안 된다’는 말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신청을 해야 제도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라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 고용안정지원금을 주지만 맞춤형으로 정확하게 선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인 지원 체계가 미흡한 점도 문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장기화되지만 일회성에 끝나는 지원이 많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한 번의 지원으로는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회보장제도를 재정비해야 생활고에 따른 극단적 선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