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門 열린 코스피] 신용대출 폭증… 재개 나흘 만에 4533억 돌파

입력 2021-01-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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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연초 신용대출 빗장을 풀자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규제와 은행들의 대출 중단이 겹치면서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막힐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일단 받아놓고 보자는 식의 ‘패닉(공황) 대출’과 연초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면서 빚이라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들려는 ‘빚투’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4~7일 나흘간 4533억 원 증가했다. 연말까지 중단했던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재개한 첫 날인 4일 하루에만 2798억 원 늘었다. 연말 성과급 등으로 대출 수요가 비교적 적은 1월에 신용대출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연초 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대출이 다시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제한’을 실시, 시중은행 옥죄기에 나섰다. 당시 은행들이 대출 축소와 중단 등 대책을 내놓기전 ‘막차수요’가 몰리면서 대출이 폭증하기도 했다. 대출이 폭증하자 다시 금융당국의 추가규제와 은행들의 대출 축소가 이어지는 구조가 되풀이 됐다.

막혔던 신용대출이 다시 풀렸지만, 대출 규모가 예년만큼 완전히 회복한 상태는 아니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아직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출 중단은 재발할 수 있다.

실제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대출 총량 규제가 당분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모든 차주에 대해 소득과 전체 대출 원리금을 계산해 추가 대출 여력을 판단하도록 하는 규제 비율도 올해 1분기에 도입을 앞두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을 뚫고 오르며 주식시장이 연일 달아오르고 있는 것도 대출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증시에 몰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신용대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53조2000억 원)과 국내외 주식·펀드에 투자한 금액(30조7000억 원)은 나란히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신용대출 규제와 대출폭증, 대출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연초 대출이 재개되자마자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일단 받아두자는 심리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호황기를 맞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빚투수요까지 몰리면서 연초부터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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