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탐욕이 빚은 믿음은 독이 되기쉽다

입력 2021-0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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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금융부 기자

마음이 온전하지 않을 때의 판단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나약해진 마음은 쉽게 헛된 기대에 휘둘린다. 외로울 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작정 끌리는 것도 어쩌면 비슷한 이치겠다.

잘 모르는 상대의 감언이설에 속아 황금빛 미래를 꿈꾸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과는 참혹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쪽은 항상 상대방을 더 신뢰한 쪽이다.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주식시장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저금리에 이자 부담은 적은 반면 주가는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내 돈 들이지 않고 앉아서 돈 벌기 좋은 투자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급기야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을 뚫고 오르며 주식시장이 연일 달아오르고 있는 것도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몰리면서 급기야 ‘빚투(빚내서 투자)’가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위험성이 크다며 주식 투자에 난색을 표하던 ‘주린이(주식 초보자)’들도 과감한 배팅에 나서고 있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이들의 돈에 대한 욕망을 이용한 범죄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카카오톡을 비롯한 SNS 단체 대화방에서 자신들의 지시(리딩)대로 따라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인 뒤 투자금을 가로채는 ‘가짜 금융투자업체(일명 리딩방)’가 성행하고 있다.

금감원 홈페이지 ‘사이버불법금융행위제보’ 코너에 제보된 금융투자업 관련 신고 건수는 올해 495건으로 2018년 119건, 지난해 139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2월 제보받은 495건을 포함해 민원 접수, 자체 모니터링 등으로 총 1105건(월평균 92건)의 무인가 금융투자업자 홈페이지·광고글을 적발했다.

적발유형 중 무인가 투자중개업자가 97.7%(1080건)인데, 이들은 투자 자금이 부족한 서민을 대상으로 ‘소액으로 고수익 투자가 가능하다’고 주식·선물거래를 유도한 뒤 투자금을 빼돌렸다.

주식이라면 자다가도 눈이 번쩍 뜨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탐욕은 사기성 짙은 꾀임도 천국으로 향하는 달콤한 유혹으로 변질시킨다. 항상 주변을 경계하면서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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