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門열린 코스피]②기업 펀더멘탈을 키워야 투자 저변 커진다

입력 2021-01-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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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코스피 마감 지수(사진제공=한국거래소)
▲8일 코스피 마감 지수(사진제공=한국거래소)

코스피가 3000 고지에 안착했다. 장밋빛 증시 전망과 ‘유동성 버블’ 우려가 맞선다. 하지만 엇갈린 평가에도 증시 저변을 넓히고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혁신ㆍ성장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 역시 증시 본연의 역할이라서다. 시장 변화에 발맞춘 규제 개혁으로 탄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효과 거둬내니 심심한 경제 지표 = 주가 상승에 가려진 한국 증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환호만 할 일이 아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코스피 시총 대비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한 비중은 48.97%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8일 42.66%보다 6.31%p 늘어난 수치다. 시총 상위 11개 종목(50.54%)이 코스피 시총 비중의 절반을 웃돈다.

특히, 반도체 대장주가 증시를 주도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24.42%, 4.63%다. 시총 10위 안에서도 이들의 몫은 절반을 넘는다. 삼성전자우(2.95%)까지 더하면 총 32%로 늘어난다. 2019년 초만 해도 20%를 웃돌았다.

이같은 쏠림 현상은 주가뿐만 아니라 경제 지표에도 해당한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90곳(금융업 등 제외)의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9조4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9% 감소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감소폭은 18.8%로 커진다. 삼성전자가 전체 실적을 떠받치고 있다는 얘기다.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예고한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들의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2300여 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 1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는 전분기보다 개선 됐지만,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긍정적 전망을 앞지르고 있다. 업종별로는 모든 업종이 기준치(100)를 밑돈 가운데 조선·부품(62)과 화장품(66) 분야가 특히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4분기 깜짝 대형 수주에 반해 중소형 수주가 부진하고 환율하락으로 수익성 악화까지 겹친 탓이다. 화장품 분야 역시 전국적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매출 타격을 받으면서 고전을 겪고 있다.

아울러 조사대상 기업 10곳 중 8곳은 내년 사업계획을 아직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이유로는 ‘시장전망 불투명’(49.7%), ‘코로나19 등 현안 대응’(31.4%) 등을 꼽았다.

◇스마트 규제 개혁, 증시 저변 넓히는 열쇠 =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코스피 3000시대’를 위해선 한국 증시 투자 저변을 넓혀야 말한다. 대장주뿐만 아니라 혁신ㆍ성장 기업 생태계에도 자금을 공급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기업이 유망 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에 규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정부는 올해 미래차·시스템반도체·바이오 등 ‘빅(BIG)3’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조성한 스마트대한민국펀드,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BIG3펀드 등 9000억 원 규모의 BIG3 분야 벤처펀드의 투자를 촉진하고, 올해 5000억 원 이상 추가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올해는 빅3 산업 세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년”이라며 “가용자원 등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빅3 분야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도 더 많은 혁신ㆍ성장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구상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도하는 유니콘 기업에도 상장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장 평가와 성장성 중심으로 증시 진입 요건도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BDC(기업성장투자기구) 도입 등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형 지원체계도 강화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제도 지원은 여전히 더디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연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했던 주요 ‘산업 생태계 혁신’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채 해를 넘겼다.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기업이 느끼는 부담감은 커졌지만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장치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10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법’은 여전히 상임위 소위에 머물러 있다. 비대면 기업 지원을 위한 5년간 규제 면제 특례조항 등이 담겼다.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 △기업디지털전환지원법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급증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도 함께 보강해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위는 올해 시행 예정인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고난도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방안’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큰 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4일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참여 확대 대응을 위해 △금융투자세제개편 △신용융자금리 합리화 △IPO 참여확대 등 제도개선을 올해에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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