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받아놓자’ 신용대출, 또 막히나…금감원, 오늘 은행권 긴급소집

입력 2021-01-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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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급증세를 긴급 점검한다. 연초 국내 증시 활황과 맞물려 은행권이 취급을 재개한 가계대출이 폭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해에도 은행권의 고액 신용대출을 조이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날 회의에서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금감원은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과 비대면 회의를 연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증가세 추이 전반을 살펴보고 앞서 은행이 제출한 월별 목표치를 준수할 것을 재차 강조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지난달 이미 월별 관리 목표치를 제출했다"며 "연초임에도 관리 한도에 빠르게 도달하고 있는 것 같아 이를 사전에 점검하고 대출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올해 들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134조1015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33조6482억 원)과 비교해 4영업일 만에 4534억 원이 증가했다. 특히 이들 은행이 개인의 신용을 기반으로 개설해준 신규 마이너스 통장 건수는 7400개를 웃돌았다.

은행들은 지난해 연말 가계대출 총량관리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중단했던 신용대출이 재개되며 수요가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통상 연초에 한도 대출이 늘어나는 현상이 있는 데다 올해는 연말 총량관리를 위해 은행이 묶었던 신용대출을 재개하자 고객들 사이에서 '일단 받고 보자'는 심리가 커진 것 같다"며 "월별 관리목표가 있어 은행도 마냥 대출 수요를 받아낼 수는 없다. 이를 아는 고객들도 필요할 때 (대출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수시로 한도 증액을 문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연초 이런 현상을 '코스피 3000시대' 영향으로 보고 있다. 빚내서 투자하는 과열된 '빚투' 현상 탓에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8일 코스피는 3152.18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170조5376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주가지수가 처음 2000을 넘어섰던 지난 2007년 7월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결과다.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적극적인 시장참여가 만들어낸 증시 호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본인의 투자여력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성숙한 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빚투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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