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직원공유제'로 코로나 충격 완화될까

입력 2021-01-11 15:02 수정 2021-01-1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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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ㆍ호텔 등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주력 사업 위기 심각…"감원 없이 인력 전환 필요" 판단

롯데그룹이 '직원공유제'라는 초유의 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무엇일까. 유통과 호텔 등 주력 사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그룹이 휘청이는 가운데 인력 감축 없이 최소 비용을 통해 최대 효율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다만, 직원공유제를 둘러싸고 그룹 내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파견이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파견'이 향후 구조조정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투데이DB)
(이투데이DB)

'유통 공룡' 롯데그룹은 지난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특히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사업을 하는 롯데쇼핑과 호텔, 면세, 관광 사업을 영위하는 호텔롯데의 부진이 극심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초 5년 내 매장 200여 곳을 줄이는 초강수 대책을 발표했고, 이미 지난 한해 동안 마트와 백화점을 합해 100개 가까운 매장을 정리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44억 원으로 전년(4279억 원)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날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3분기까지 영업손실 4632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자산개발, 호텔롯데, 롯데GRS 등 계열사에선 지난해 희망퇴직과 휴직을 비롯한 인력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졌다. 연말 인사에선 칼바람이 불어 100명이 넘는 임원이 옷을 벗었다.

문제는 이같은 고육지책을 도입하고도 올해 경영 환경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세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의 앞날을 가늠할 수가 없다. 당장 올들어서만 해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따라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연말 연초 대목으로 꼽히는 세일과 신년 할인 행사를 하지 못했다.

하늘길이 끊겨 외국인 관광객이 뚝 끊기고,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호텔롯데의 호텔사업과 면세사업, 월드사업(테마파크 사업) 역시 정상화될 리가 만무하다. 쿠팡과 마켓컬리를 비롯해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선보인 그룹 통합 온라인 채널인 롯데온이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도 그룹의 고심을 깊게 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에 대해 "실적 회복은 효율화 작업에 따른 효과가 크며 아직 전사적 매출 회복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온라인 사업 역시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공유제는 감원이라는 최악의 방안을 최소화하면서도 노동력을 보전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이 선택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상적인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호텔롯데와 외식계열사 롯데GRS 등은 지난해부터 일부 직원에 대한 휴직을 실시해 왔다. 반면 물류(택배)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는 최근 택배 물량의 급속한 확대로 인해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단기 사외 파견을 통해 휴직 인력의 처우를 보장하면서도 일손이 부족한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며 "파견 희망자에 의해 시행하는 제도로 일이 필요한 인력이 주로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직원공유제를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택배인력 보강을 이런 식으로 지킨다니 어처구니 없다"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따라서 롯데로서는 내부적인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제도를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장기 휴직 등으로 인한 유휴인력 처우 보장에 중점을 둔 제도로 구조조정과는 전혀 무관하다"라며 "인력 감축 없이 효율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인 만큼 고용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롯데의 이번 인력 재배치는 자발적 신청에 의한 파견인 만큼 법리적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부당 해고나 임금 미지급 등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신청에 의한 계열사간 이동 조치에 법적 하자는 없다"며 "심지어 강제로 전출 조치를 한다고 해도 이는 기업 내규에 따른 인사발령"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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