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양부모, 내일 첫 재판…살인죄 적용 주목

입력 2021-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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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인 양의 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이 두고 간 선물과 메시지 등이 놓여 있다.  (뉴시스)
▲고(故) 정인 양의 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이 두고 간 선물과 메시지 등이 놓여 있다. (뉴시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내일 열린다. 이들에게 살인죄가 적용될지 주목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10시30분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모 씨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 씨의 첫 공판을 연다.

양모가 수시로 상습 폭행

장 씨는 상습적으로 정인 양을 폭행하고 10월 13일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생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정인 양을 수시로 집 안이나 자동차 안에 혼자 있게 방치했다. 장 씨는 정인 양이 폭행을 당하고 이유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극도로 쇠약해졌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는 지난해 8월 정인 양이 탄 유모차를 힘껏 밀어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히게 해 고통과 공포감을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씨는 장 씨가 정인 양을 집에 홀로 두는 등 방치하고 지속적으로 폭행하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오히려 정인이의 팔을 잡아 강제로 강하고 빠르게 손뼉을 치게 하는 등 학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검찰은 장 씨에게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장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정인 양의 등에 충격을 가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죄는 기본 형량 범위가 징역 4~7년, 살인죄는 징역 10~16년이다.

검찰, 살인죄 적용 검토…법조계 "혐의 입증 어려울 수도"

검찰은 장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정인 양 사망의 진상규명을 위해 법의학 전문가 3명에게 사인 재감정을 의뢰하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자문을 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5일 검찰에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장 씨 등이 살인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등으로 기소돼야 하는 근거에 수많은 논문이 동원됐다.

검찰은 법의학 전문가들의 의견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자문 내용을 바탕으로 살인죄 추가 적용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장 씨가 정인 양의 등 부위에 충격을 가한 구체적인 방법을 검찰이 특정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충격이 가해져 사망하게 된 점을 보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될 여지도 있다”면서도 “다만 범행 방법이 어느 정도로 입증되는지에 따라 재판부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수사 단계에서 밝혀졌어야 했는데 안타까운 면이 있다"며 "자문만으로 살인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장 씨 "때린 적 있지만 목숨 잃게 할 의도 없었다"

장 씨는 정인 양을 때린 적은 있지만 적어도 목숨을 잃게 할 의도로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정인 양의 사망 당일 집 안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장 씨 측 변호인은 “소파에서 뛰어내려 충격을 가했다거나 그 정도의 힘을 가했다는 의혹은 (장 씨가) ‘절대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 씨 부부의 신상을 공개하고 살인죄 혐의를 적용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3만1440명이 동참했다. 청원인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받아도 모자랄 잔혹 범죄”라며 “이 사건을 학대치사죄로 다스린다면 오히려 아동학대를 권장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에 수백여 건의 진정서를 제출하고, 검찰청사 앞에 근조 화환을 보내며 장 씨의 엄벌을 요구하는 시민들도 나타났다.

다만 재판부는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기 전까지 진정서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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