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대통령 ‘경제 낙관’ 신년사, 현실 진단 우려된다

입력 2021-01-11 17:27 수정 2021-01-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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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올해 한국 경제의 낙관론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올해 일상을 되찾아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우려가 큰 코로나 백신 접종과 관련해서는 “다음 달부터 시작해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주거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의 잇따른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고 주거불안을 키운 데 대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사과한 것이다.

문 대통령 신년사의 핵심 키워드는 ‘회복·포용·도약’으로, ‘경제’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추락하는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것이 절박한 현안이고, 국정의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 상반기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K-방역’의 성과에 힘입어 작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로 GDP(국내총생산) 세계 10위권 안에 진입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G7 국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가 2000 돌파 14년 만에 3000시대를 열었다는 점을 들었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 예산을 투입해 100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해보다 5조 원 늘어난 30조5000억 원의 일자리 예산을 1분기에 집중 투입키로 했다.

그럼에도 공허하다. 한국 경제를 장밋빛으로 내다봤지만, 그나마 기업경쟁력이 바탕이 된 수출로 지탱하고 있을 뿐, 뒷걸음질하는 소비와 투자에 대한 현실 진단이 결여돼 있다. 투자와 고용창출의 주체인 기업들의 숨통을 막아 경제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 기업규제 3법과 노동 관련 3법 등을 여당이 강행 처리한 데 대해, 경제민주주의를 이뤄내고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자찬(自讚)했다.

주목되는 것은 부동산 정책의 변화다. 문 대통령은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공급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만 해도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며 자신만만하던 것과 달라졌다.

이제야 공급 확대로 방향을 튼 신호이지만, 이 정부가 임기내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론되는 공공 임대주택 확대, 재건축 인센티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등의 방안에 시장은 아직 냉담하다. 끝없이 수요 억제로 일관해온 정책이 크게 바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끼친 고통을 사과했다면, 부동산정책의 근본적인 기조부터 공급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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