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세안을 둘러싼 수입규제가 대거 신설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이 13일 발표한 ‘아세안의 무역구제 현황으로 본 수출 및 투자 기업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이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이 아세안 국가를 겨냥해 새로 개시한 무역구제 조치 조사는 지난해 1~10월 중 83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인도(24건) △미국(17건) △호주(8건) △캐나다(5건) 순으로 많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아세안에서 제품을 조립ㆍ완성하고 수출해 무역구제 조치를 우회하려는 시도에 대한 조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아세안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사업계획 및 원재료ㆍ부품 조달 계획을 수립할 때 조사 대상에 오를 위험에 미리부터 대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와 동시에 아세안 국가들의 보호무역 조치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아세안 국가들이 주도한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 신규조사는 48건으로 2012년(33건)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단순히 건수만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국가별로 무역구제제도를 다각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은 각각 2020년, 2018년에 우회 조사를 신설했고 베트남은 이에 더해 지난해 9월 아세안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상계관세 조사를 개시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도 2017년부터 관련 규정을 정비해 무역구제제도를 도입했고 미얀마는 무역구제조항을 포함한 수입보호법이 올해 7월 1일부로 발효된다.
보고서는 “한국의 최대 투자지이자 수출 3위 국인 베트남의 경우 미국이 비시장경제(Nonmarket Economy)로 간주하고 있어 시장경제국보다 더 높은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미국이 지난해 11월 베트남에 환율 평가절하에 대한 상계가능 보조금 판정을 내리는 등 강도 높은 수입규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경화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이 아세안 시장을 잠재력 높은 소비지이자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아세안 대내외 무역구제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