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류인플루엔자, 이제는 시대가 변했네

입력 2021-01-13 05:00 수정 2021-01-1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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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이해곤 기자
▲정치경제부 이해곤 기자
2003년과 2006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을 때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로 국내 치킨업계 매출은 급감했다.

당시 정부는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고 시장에서 닭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축산농가와 기업들의 피해 줄이기에 나섰다. 이후 닭고기를 잘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AI 발생에 따른 업계 침체 문제는 더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2017년에는 닭과 오리 살처분에 따른 파동으로 계란값이 크게 올라 ‘금계란’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산란계의 3분의 1 이상이 살처분됐고, 계란 재고가 부족해 가격은 한 판에 1만 원을 호가했다. 미국에서 신선란을 수입하는 진귀한 광경도 연출됐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다시 AI가 상륙했다. 2년 8개월 만이다. 12일 기준 전국 가금농장과 체험농원 등 51개 농가에서 AI가 발생했다. 겨울 철새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바이러스 1g이 100만 마리의 가금을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전파력이 강해 당분간 확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살처분하면서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15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섰다. 살처분하는 닭이 늘어나면서 2017년 ‘금계란’ 파동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11일 기준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의 계란 한 판(특란 30개) 가격은 6106원으로 AI 발생 전인 5000원 중반대에서 꽤 오른 모습이다. 계란 한 판 가격이 6000원을 넘어선 것은 2018년 3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계란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미 전년 수준 이상으로 산란용 병아리를 공급했고, 사육 마릿수도 평년보다 많은 7300만 마리 수준이기 때문에 ‘금계란’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닭고기와 오리고기도 재고가 많아 수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실제로 계란 가격이 오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밥 수요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정 소비가 늘면서 닭고기와 달걀의 도매가와 소매가가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I 발생에도 비교적 큰 파장이 없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시대가 변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3월까지 이어지는 AI 특성상 여전히 안심할 수 없고, 코로나19로 가정 내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 가격은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방역도 중요하지만 수급과 가격 안정 대책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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