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는 2019년 판매의 91%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3년이 넘게 걸릴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동헌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지역분석실장은 12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국가별 경기부양 회복 속도가 다르고 부양정책이 약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3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백신과 치료제가 상용화되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는 지난해 7264만 대보다 약 9% 성장한 7910만대로 예상했다. 상반기는 작년 코로나로 인한 기저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3723만 대를, 하반기는 전년 수준인 4187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코로나19 쇼크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중국(103%)만 유일하게 2019년 수준의 수요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미국(91%)과 EU(85%)는 신흥시장(82%)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차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개별소비세 인하 및 신차 출시 효과에 힘입어 전년 대비 6%대 성장했다. 반면 올해는 지난해 대비 7% 수준 감소한 173만 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는 제한된 성장세 회복 속에서 구조적 변화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시장 회복 속도는 시장별로 적잖은 차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연구소 측은 코로나 이후 자동차 시장의 변화로는 △지역별(국가별) 회복 속도 차별화 △지역별 구매 성향 양극화 △온라인 판매·구독서비스 확대 △순수전기차(BEV) 성장 가속화 △업체별 실적 양극화 등을 꼽았다.
상대적으로 경기 부양 여력이 풍부한 중국·미국과 달리 신흥시장은 부채 위험 현실화 등으로 판매 급락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 이 실장의 분석이다.
먼저 국가별 회복 속도 차별화는 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부양 여력의 차이가 뚜렷해 이들 사이에 회복 속도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구매 성향 양극화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UV 시장의 경우 소형 SUV와 대형 SUV로 시장 수요가 양극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차급에서 SUV 비중은 작년 41.9%에서 올해 42.6%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2019년 47.1%였던 SUV 비중이 작년 50.2%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51.6%까지 확대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이 실장은 "민간 부문 활력 저하로 정부 주도의 성장이 지속하는 가운데 소득 양극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도 변화할 것"이라며 "디지털·그린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하고 달러화는 추세적 약세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중국, 미국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성장세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동화 모델 예상 판매량은 625만대로, 전년 대비 37.5%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순수 전기차 판매는 약 235만 대로 작년(170만 대) 대비 38.6%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실장은 "완성차업체의 신차 출시 확대로 BEV 시장 리더십 확보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가격을 인하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예전에는 성능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가격과 마케팅 전략 수립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