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논란 계속] 사업주 '안전 확보 의무' 두루뭉술…'이중 처벌' 지적도

입력 2021-01-14 05:00 수정 2021-01-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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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기준 될 안전조항 명시 안돼…산안법 개정안과 겹쳐 수사 중복

'50인 미만' 사업장 3년간 유예
인력 빼거나 분리등록 꼼수 가능

산업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산재를 막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곳곳에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12월 11일. 고(故) 김용균 씨는 충남 태안 사업장에서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산업재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8년에는 971명, 2019년에는 855명이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했다,

그러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대 국회 때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그 중심에 섰다. 이후 국회에선 논의가 진행됐고 중대재해법이 통과됐지만 자세히 보면 문제점이 곳곳에 존재한다.

먼저 용어 정의와 규정들이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추상적 표현이 많고 모호한 개념들이 많다”며 “준법 의지가 있고 사물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사람조차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법 조항을 들여다보면 일부 용어에 대한 설명은 담겼지만 사업주가 지켜야 할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했다. 예를 들어 ‘제4조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조항’을 들여다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이 없어 사업주의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규정이 상세하지 않다 보니 처벌 조항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의무 규정이 모호한 상황에서 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벌한다고 하면 법에 정확히 명문화가 돼 있어야 하는데 두루뭉술 넘어갔다”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안법과 겹치는 부분도 문제다. 앞서 개정된 산안법에 개인 사업자에 대한 처벌은 명시돼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에 개인 처벌 조항이 추가되면서 수사 과정도 중복되고 이중 처벌이 될 가능성이 생기게 됐다.

가장 논란이 된 제2장 제3조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와 부칙 제1조 50명 미만 사업장 유예도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79.8%에 해당한다. 587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현장에서 근무하는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 50명 미만 사업장까지 유예하면 3년간 전체 사업장 중 1.2%에만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실제 중대재해법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후 산업 현장에선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해당 법을 적용할 수 없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중대재해법이 공포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다는 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해당 기업도) 부담하게 해야 했다”며 “그 부담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그런 곳에 세금이 쓰이는 게 옳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예외 조항을 활용해 눈속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5명을 조금 넘는 사업장은 근무자 수를 줄여 5명 미만 사업장으로 둔갑할 수 있다. 50인이 넘는 사업장 역시 같은 방법을 사용하거나 사업장을 나눠 등록하면 사실상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 보완과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우 교수는 “기존에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다른 안전관계법이 있다”며 “그걸 실효성 있고 정교하게 개정하는 것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강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내용이 굉장히 미흡하다”며 “충분히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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