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다] 용혜인 "재난지원금 전 국민 보편 지급필요…정부, 빚지는 것 겁내면 안 돼"

입력 2021-01-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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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단순히 집합제한 조치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자영업자·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피해,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피해, 취업 시장이 열리지 않아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의 피해도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보편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더 필요한 피해 계층에겐 선별 지원을 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 국민 지급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11일부터 코로나19 3차 재난지원금인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이 지급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벌써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한창이다. 1차 재난지원금처럼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해야 할지, 혹은 2·3차 재난지원금과 같이 소상공인 등 피해 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할지가 쟁점이다.

재난지원금을 보편 혹은 선별적으로 지급하자는 논쟁은 매번 지원금 지급 논의를 할 때마다 있었다. 추경을 통해 빚을 내야 하는 한정된 예산 속에서 재정건전성, 경기 부양 효과 등 여러 경제적 주장들이 맞물려 있으며 어떤 복지가 재난 극복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방법론적 논쟁 등 정치적 주장도 얽혀 있다.

용혜인 의원은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줄기차게 주장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출마 때부터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전 국민 보편 지급을 주장했던 용혜인 의원은 지난해 11월에도 "2021년에는 전 국민 1인당 분기별로 40만 원씩 연간 160만 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용혜인 의원이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투데이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용혜인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재난지원금,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고 피해 계층에게도 추가 지원해야

용혜인 의원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긴급하게 투입돼야 하는 재정들이 제때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 의원은 "올해 연말까지 코로나 정국이 유지된다고 봤을 때 최소한 1년 정도는 국민이 안정성을 갖고 지출 등을 예측·계획할 수 있는 조건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작년엔 '2021년에는 분기별로 전 국민에게 1인당 4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만 용 의원은 '선별 지원'과 '보편 지원'을 택일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전 국민에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기본적으로 주되, 취약 계층 등 필요한 곳에 추가적인 선별 지원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이 용 의원의 주장이다.

용 의원은 "선별 지원만 했던 시기(2·3차 재난지원금)와 보편 지원만 했던 시기(1차 재난지원금)가 있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방법이 마치 택일인 것처럼 이야기가 되는 점은 안타깝다"며 "코로나19 재난이 모든 국민에게 닥친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지원하고, 더 필요한 피해 계층에게 직접적인 선별 지원을 더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합제한·영업정지 업종에 대해 특별히 더 많은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지금 영업을 잘하고 있는 업종들도 사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있고, 자영업자·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일자리가 사라져버린 사람들,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의 피해도 있다. 이들에게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직접 지원하되 나중에 세금을 거둬들이는 방식으로 선별적으로 회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수 방식에 대해선 "일단 지원금 지급을 보편적으로 하고 연말에 소득세 정산을 할 때 소득이 늘어났거나 유지된 사람들에 대해 선별적으로 지원금에 대한 과세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용혜인 의원은 최근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제안을 두고 '단세포적 논쟁'이라며 일축한 정부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 신태현 기자 holjjak@)
▲용혜인 의원은 최근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제안을 두고 '단세포적 논쟁'이라며 일축한 정부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 신태현 기자 holjjak@)

'단세포적 논쟁'이라고 일축한 정부…"국민들이 다 철없는 사람들인가"

용혜인 의원은 최근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제안을 두고 '단세포적 논쟁'이라며 일축한 정부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주장에 대해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반박한 바 있다.

용 의원은 "코로나19 시대에 어떤 경제 정책을 펼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들이 나올 수 있고 나와야 한다"며 "일각에서, 특히 정부에서 이런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 마치 검토할 가치도 없는 소리 혹은 철없는 소리처럼 여기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추경을 할 때마다 보편 지원을 주장하는 국민은 언제나 50%가 넘었다. 이 국민을 다 철없는 사람들이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나 정세균 총리처럼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은 당장 소득이 끊길 걱정이 없지만 100만 원이라는 금액이 너무나 간절하고 1차 재난지원금 당시 골목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걸 체감했던 사람들에게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너무나 필요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용혜인 의원은 홍남기 부총리의 지적에 대해 "한국만큼 재정이 건전한 나라가 어디 있냐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반문했다. (뉴시스)
▲용혜인 의원은 홍남기 부총리의 지적에 대해 "한국만큼 재정이 건전한 나라가 어디 있냐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반문했다. (뉴시스)

재정건전성 지적에…"경제가 망했는데 재정만 건전하면 뭐하나"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는 '재정건전성'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부 재원은 화수분이 아니므로 피해 계층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하려면 모두 적자 국채를 찍어 조달해야 하는데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래세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용혜인 의원은 홍남기 부총리의 지적에 대해 "한국만큼 재정이 건전한 나라가 어디 있냐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반문했다. 용 의원은 "기존의 재정건전성만 봤을 때도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00%가 넘는데 한국은 30~40%에서 관리해왔다"며 "재정건전성 걱정하다가 지금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에 재정건전성이 가져다줄 효과는 사실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경제는 망했는데 재정이 건전하면 뭐하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되려면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한국에 있는 채권단 중 어느 누가 나라 망하라고 돈을 빨리 갚으라고 하겠냐"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모든 나라가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며 국채를 발행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당장 빚을 갚으라고 이야기할만한 나라는 없는 상황이어서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시기"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계속해서 늘었고 시한폭탄으로 지적됐는데 이런 시기에서도 정부가 빚지는 것을 겁낸다면 결국엔 가계가 빚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협회(IIF)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0.6%에 달한다. 이 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 평균(65.3%)보다 35%포인트 높은 수치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주장이 '매표 행위' 혹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국민의힘 등 일각의 주장을 두고 용혜인 의원은 '안타깝고 비극적'이라고 표현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주장이 '매표 행위' 혹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국민의힘 등 일각의 주장을 두고 용혜인 의원은 '안타깝고 비극적'이라고 표현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매표행위 또는 포퓰리즘 지적에…"국민의힘, 지난 총선 때는 매표 행위를 했는가"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주장이 '매표 행위' 혹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국민의힘 등 일각의 주장을 두고 용혜인 의원은 '안타깝고 비극적'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총선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주장했던 당시의 태도와는 사뭇 달라져서다. 유승민 전 의원은 6일 보편 지급 제안을 두고 "국민의 세금으로 매표행위를 하는 악성 포퓰리즘일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용혜인 의원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작년 총선에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야기했었다. 그렇다면 본인들은 총선을 위해 매표 행위를 했던 것이냐"며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 그런 마음으로 정책을 제시했다고 믿고 싶진 않다. 당시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여야가 국민의 요구를 받아 전 국민 지원을 결정했던 것인데 자신들이 불과 1년 전에 주장했던 것들을 지금은 매표행위라고 반대로 뒤집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이든 아니든 국민이 원하는 것을 논의하고 결정해나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일 텐데도 불구하고 보편 지급 제안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건 역으로 지금까지의 정치권이 제대로 역할을 해오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것을 반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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