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체 중 3.6%만 인공지능(AI) 기술·솔루션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발표한 ‘AI에 대한 기업체 인식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기술·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체는 전체의 3.6%에 불과했으며, 이조차 대기업(91.7%)에 편중됐다. KDI는 2019년 국내총생산(GDP) 산업별 비중에 따라 농업, 비제조업, 서비스업, 제조업으로 분류한 후 종업원 20인 이상 기업체 500개를 무작위로 추출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기업들이 주로 도입한 기술은 ‘사물인식 등 컴퓨터 비전(47.2%)’을 비롯한 완성형 기술이었다. ‘머신러닝(25.0%)’, ‘딥러닝(5.6%)’ 등 원천기술 도입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AI 기술·솔루션 적용 분야도 ‘정보기술(IT) 자동화 및 사이버 보안(44.4%)’ 등에 편중됐다.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체의 77.8%는 경영·성과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도입 후 기업 매출액은 평균 4.3%, 인력은 평균 6.8% 증가했다. 기업체들은 현재 AI 기술 주도국으로 ‘미국(70.7%)’을 꼽았지만, 5년 후에는 미국과 함께 한·중·일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향후 AI 수준 향상과 도입에 대해선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기업체들은 현재 주도국으로 꼽은 미국을 100점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AI 수준을 약 70점으로 평가했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체 절반은 AI가 자사의 직무·인력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대체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체들도 AI가 직무·인력의 50% 이상을 대체하는 데 약 2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AI 기술을 아직 도입하지 않은 기업체 대부분(89.0%)은 앞으로도 AI 기술을 도입할 의사가 없고,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체도 향후 추가 도입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38.9%에 그쳤다. AI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연구개발 지원(23.3%)’과 ‘AI 인력 양성(21.6%)’, ‘데이터 개방 등 AI 인프라 구축(19.8%)’, ‘규제 개선 및 규율체계 정립(17.5%)’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KDI는 “최근 정부가 대규모 AI 투자정책과 AI 데이터 활성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음에도 AI 기술도입률이 낮은 것은 AI 서비스 생태계(공급자·수요자·촉매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함으로 촉매자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민간이 시도하기 어려운 영역에 정부가 선도적으로 투자한 후 민간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공공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데이터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실무형 기술인력을 키워 기업 수요에 맞는 AI 기술 및 솔루션을 개발·보급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며 “정부의 투자만 있고 기업체는 사용하지 않는 활용 가치 없는 AI 기술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AI 기술이 데이터 중심의 특정 업체가 아닌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