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한 지붕 두 가족의 지난해 실적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이마트가 코로나19 여파에도 별도 기준 총매출 15조 원을 돌파하며 연결 순매출로는 20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기세다. 이에 비해 신세계백화점은 전년에 비해 1조5000억 가량 줄어든 4조 원대의 매출이 예상되며 대조를 이룬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해 전체 별도 순매출은 14조2137억 원으로 8.0% 올랐다. 총매출로는 15조5354억 원을 기록해 5.9% 신장했다. 이마트가 별도 기준 총매출 15조 원을 기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8년 별도 기준 총매출은 14조9314억 원, 2019년엔 14조6733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총매출은 이마트 내 임대 점포 등의 매출을 합한 수치다.
할인점이 1.7% 올랐고, 트레이더스는 23.9% 상승했다. 전문점도 15.0% 신장했다. 기존점 총매출 신장률은 3.5%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며 휴점이 잦았다는 점에서 놀라운 성과다. 감염증이 국내를 휩쓴 상반기 저조한 실적을 거뒀지만, 장기 저장 목적 소비로 고객이 몰리며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리모델링 효과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 업체는 지난해 월계점을 비롯해 대구 칠성점, 양산점, 신도림점 등 9개 점포를 새 단장 했다 .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생필품과 식료품 수요가 늘었고, 점포 리뉴얼에 나서며 실적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작년 연결 기준 순매출은 사상 최초로 21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결 기준에는 편의점 이마트24를 비롯해 SSG닷컴, 신세계푸드의 실적이 더해진다. 지난해 3분기 이마트24와 SSG닷컴의 매출은 각각 21.9%, 29.6% 상승한 바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이마트의 연결 순매출은 19조 원이다.
증권가에서 내놓는 이마트의 전망 역시 밝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마트가 지난해 연결기준 21조8680억 원의 순매출과 22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하나금융투자는 매출 22조6620억 원과 영업익 2150억 원을 예상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18.9%, 42.7% 늘어난 수치다.
이에 반해 백화점 사업을 주로 하는 신세계의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세계의 별도기준 작년 총매출은 3조79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 내렸다. 대구신세계의 총매출은 4717억 원으로 7.3% 뒷걸음질 쳤다. 2018년과 2019년 신세계의 총매출은 각각 4조5509억 원과 3조9855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주요 사업인 백화점과 면세 사업이 부진한 이유가 크다. 백화점은 의류 패션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해 생필품과 거리가 있고, 하늘길이 막히며 면세점은 고객 자체가 뚝 끊겼다. 이 영향으로 증권가에서는 자회사의 실적이 모두 반영되는 연결 순매출이 2019년 6조3940억 원에서 지난해 4조 원대로 미끄러졌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투가 예상하는 신세계의 지난해 순매출은 전년대비 25.9% 떨어진 4조7390억 원이다. 영업익은 270억 원으로 94.2% 내릴 것으로 봤다. 삼성증권은 신세계의 매출과 영업익을 각각 4조7640억 원과 710억 원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음료가 대부분인 대형마트와 달리 백화점은 패션 매출이 상당히 높아 지난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