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이커머스 규제론 중소상공인 못살린다

입력 2021-01-17 16:00 수정 2021-01-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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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마켓컬리가 쏘아올린 새벽배송은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코로나19로 집콕이 늘면서 커진 시장에 대기업들까지 뛰어들었고 새벽배송 이용 고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국내 만 20세 이상 소비자의 신용카드·체크카드 등 결제 금액 데이터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해 쿠팡과 쿠팡이츠에서 결제된 금액은 21조 7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대비 41% 늘어난 수치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 역시 1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로 이커머스의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코로나19만이 이커머스의 성장을 이끌었을까. 코로나19 이전의 성장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명확한 해답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규제를 먹고 성장했다’는데 공감한다. 이커머스는 지난 10년간 규제 치외법권이었다. 별다른 규제 없이 자율적인 경쟁을 벌인 결과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유통공룡을 뛰어넘는 쿠팡이 탄생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같은 기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의무휴업을 해야했고 출점에 제한을 받는 것도 모자라 영업시간까지 규제를 받았다.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에 이런저런 규제를 끼워넣으면서 소상공인이 살아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삶은 별반 나아지지 않은 채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는 수혜는 고스란히 이커머스로 옮겨갔다. 이쯤 되니 ‘이커머스가 규제를 먹고 컸다’는 유통업계의 지적은 묘하게 이커머스가 아닌 정부를 가리키는 듯하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정은 또다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공평하게(?) 온오프라인 유통업 모두에게 규제 칼날을 들이댈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에 대형마트에 적용되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이 복합쇼핑몰까지 확대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를 예고하자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 의원의 개정안에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한 중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의무휴업이나 판매 품목을 제한하는 것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유통업계는 유통법과 상생법이 ‘상생’보다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복합쇼핑몰의 경우 자영업자들의 입점비율이 높다. 의무휴업으로 입점 자영업자들까지 규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커머스도 마찬가지다. 배송을 할 수 없는 의무휴업이 생길 경우 플랫폼을 활용하는 중소상공인들도 유탄을 맞게 된다. SSG닷컴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개최한 ‘소상공인×SSG 기획전’에 참여한 280여 소상공인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45%나 늘었다. 이커머스의 의무휴업은 소상공인들에게 플랫폼을 활용해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는 셈이다.

적어도 상생을 위한 규제라면 멀지 않은 곳에 해답이 있다. 바로 홈쇼핑이다. 국내 홈쇼핑사들은 방통위로부터 재승인 심사를 받을 때 중소기업 의무 편성 비중을 할당받는다. 적게는 55%에서 많게는 65%까지 중소기업 제품을 편성해야 승인을 받는 구조다. 홈쇼핑처럼 이커머스에도 중소상공인 입점 비율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중소상공인이 플랫폼의 노예가 아닌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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