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최대 해외 생산ㆍ판매 거점 지위를 2년 연속 내려놓았다. 현대차는 인도 공장이, 기아는 슬로바키아 공장이 새로운 대표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으며 해외 공략을 이끌었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ㆍ터키ㆍ중국(북경현대)ㆍ미국ㆍ체코ㆍ러시아ㆍ브라질ㆍ베트남 등 8곳의 완성차 생산 공장에서 총 205만9776대를 판매했다. 이 중 중국 공장은 44만6082대를 판매하며 2년 연속 판매량 2위에 머물렀다. 가장 많은 차를 생산해 판매한 곳은 인도 공장(52만2542대)이었다.
2002년 준공한 중국 공장은 2009년에 연간 판매량 57만대를 넘어서며 현대차 해외 생산 기지 중 가장 많은 완성차를 판매하는 공장으로 올라섰다. 중국 공장은 이후 2018년까지 10년 연속 현대차의 최대 해외 거점이 됐지만, 2019년 처음 2위로 내려선 뒤 지난해에도 순위를 유지했다.
기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ㆍ중국(동풍열달기아)ㆍ슬로바키아ㆍ멕시코ㆍ인도 등 5곳에서 완성차 공장을 가동하는 기아는 지난해 총 111만7832대를 생산해 판매했다. 이 가운데 중국 공장은 24만2576대를 팔며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26만8200대를 판매한 슬로바키아 공장이었다.
중국은 2002년 기아가 설립한 첫 번째 해외 생산기지로, 2018년까지 17년 연속 기아의 최대 수출기지 역할을 책임졌다. 하지만,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2019년에 처음으로 슬로바키아 공장에 밀려 판매량 2위로 내려선 뒤 지난해에도 1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공장이 최대 생산ㆍ판매 지위를 유지하지 못한 건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이후 현지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양사의 2017년 중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 줄었고, 이후에도 현지 소비자의 불매 심리는 이어졌다. 판매 부진이 지속하자 2019년에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 가동을 멈췄고, 기아는 옌청 1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신형 아반떼와 쏘나타 등 경쟁력 있는 신차를 대거 생산하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양산 일정이 지연되며 기대만 만큼의 판매량은 거두지 못했다.
이들 차종은 양산 이후 준수한 초기 실적을 거뒀지만, 인도와 슬로바키아 공장의 성장세가 커 당분간 중국 공장이 최대 해외 기지를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여파가 지속하는 와중에도 지난달 인도 시장에서 역대 최다 월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지난해 초 양산을 시작한 SUV 올 뉴 크레타를 비롯해 베뉴, i10, i20 등 소형 제품군을 앞세워 현지에서 가장 많은 SUV를 판매한 브랜드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인도 공장에 투자를 지속해 현재 연 70만대 수준인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전기차와 관련한 투자도 확대할 전망이다.
기아도 지난해 슬로바키아 공장에 7000만 유로(약 933억 원)를 들여 엔진 생산 설비를 증설하는 등 투자를 지속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시장을 책임질 생산 기지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