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뛰는데 은행發 전세대출 조이기… 서러운 ‘전세 난민’

입력 2021-01-19 16:05 수정 2021-01-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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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투데이DB)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투데이DB)
신한은행, 19일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
시중은행 '줄줄이' 대출 문턱 높일 듯

#. 세입자 A 씨는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위해 B은행을 방문했다가 진땀을 뺐다. 대출 연장 심사가 신규대출 심사만큼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추가 서류 제출도 요구받았다. 2019년 대출 연장 때 서류 몇 장에 사인만 했던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B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관련 규제 강화로 절차가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전세자금대출 문턱 높이기에 나섰다. 그동안 전세자금대출은 신용대출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셋값 급등으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액이 2019년보다 30% 이상 늘자 은행들이 신용대출과 함께 전세자금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신한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1%포인트(P) 인하한다. 또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이 보증하는 신한전세대출 금리는 각각 0.1%P 인상한다. 시중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시 급여 이체와 신용카드사용액 등을 조건으로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이 우대금리를 낮추면 대출금리가 오르는 셈이다. 업계 1위인 신한은행이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다른 은행도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전세자금대출 잔액 105조 원 돌파…전셋값 급등에 30%↑

지난해 전셋값 급등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시행 이후 무섭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은 5.5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3.01%로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값 상승률을 앞질렀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05조988억 원으로 2019년 말 잔액 80조4500억 원보다 24조6456억 원(30.63%)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에만 2조8000억 원 늘었다. 이는 한국은행 집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늘어난 수치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은행권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했다.

시중은행이 전세자금대출 문턱을 높이면 실수요자들의 전셋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셋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오르면 전세 실수요자의 대출이자 부담은 증가한다. 또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상담사를 통한 전세자금대출 모집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새해에도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관리 압박이 계속되면 KB는 물론 다른 은행도 전세자금대출 영업을 중단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올리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서민일수록 더 큰 부담을 받는다”며 “전세대출마저 조이면 장기적으로 전세 거주자의 주택 매수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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